그러나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라 할지라도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고 사업화로 이어가지 못하면 혁신은 ‘반짝였던’ 아이디어로 그치고 만다.
이에 산업통상부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1일 서울 코엑스(COEX) 아셈볼룸에서 ‘CES AI 혁신 플라자’를 개최하고, CES 2026에서 발굴된 한국 혁신 기술의 조기 사업화 지원에 나섰다. 본보에서는 해당 행사를 통해 올해 CES가 산업계에 남긴 화두와 CES 혁신상 수상 사례 및 노하우 등을 살펴봤다.
CES 혁신상은 통상 개최 전년도 7월 31일까지 ‘기술얼리버드’ 신청시 799달러(약 117만 원), 8월 22일까지 진행되는 일반접수는 999달러(약 147만 원)의 접수비용이 발생한다. (단, 세부 접수 시기는 변경될 수 있다.)
비용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CES 2026 혁신상 452개 중 한국 기업 204개사가 총 222개의 혁신상을 수상했고, 최고혁신상 43개 중에서도 한국이 15개를 거머쥐었다. 우리 기업들이 CES 혁신상 수상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행사에 참여한 5개 사의 사례를 통해 혁신 뒤에 숨은 전략을 들여다봤다.
혁신상 수상 후 참관객 관심 증폭
나비프라는 대형 제조 공장을 주 고객으로 삼아 물류로봇 자율주행 관제 및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NaviCore’라는 소프트웨어로 혁신상을 받았다.
박중태 대표이사는 “어떤 로봇이든 5mm 이내의 정밀도로 자동 도킹이 가능하게 하는 제품”이라며 “2023년 CES에서 혁신상 선정에 실패한 뒤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형태가 실패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하드웨어를 추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외 기존 CES 혁신상 수상 제품들을 분석한 뒤, 자사 솔루션의 필요성·혁신성·기술성·경제성을 중심으로 사진·영상과 같은 자료를 제작한 것이 수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동영상을 잘 만들어야 한다”라며 “심사위원에게 제품을 쉽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혁신상을 받은 뒤 그동안 CES에 참가했던 어느 때보다 참관객의 관심이 많았다”라며 “CES 혁신상 수상은 미국 ‘에디슨 어워즈(Edison Awards)’ 제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사업 확장과 미국 내 브랜드 홍보의 좋은 기회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고혁신상 목표로 지속 참가할 것”
메타모빌리티(Meta Mobility)는 전기차·데이터센터 등 전동화 자산의 상태를 분석하고 사고를 예측하는 AI 솔루션 ‘ELI care’을 선보였다. 기존 예측 진단 솔루션이 수초 단위로 전기 신호를 수집하는데 반해, 이 솔루션은 20ns(나노초·10억분의 1초)에 한번씩 신호를 수집·분석한다.
관계자는 “이전보다 촘촘하게 전기 신호를 분석하기 때문에 배터리 폭발이나 열폭주 화재의 미세한 이상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라며 “제품의 형태는 전기차·발전소 등 현장 상황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가능하며, 손바닥 정도 크기까지 소형화 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업은 해당 솔루션을 통해 CES 2026 혁신상을 받았으며, 에디슨 어워즈 2026에서도 금·은·동 중 하나의 상을 받는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에디슨 어워즈는 4월 중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관계자는 “혁신상 수상을 통해 세계적인 무대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기업임을 인정받았다”라며 “CES에는 최고혁신상 수상을 목표로 계속해서 참가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전시 공간 하나 더 생긴다
로봇 의수·로봇 손 전문 기업인 만드로(주)의 이상호 대표이사는 CES 참가를 고려하는 기업에게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전했다.
우선, CES 개최 전 미리 전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CES 현장의 테이블과 같은 크기의 테이블에 미리 제품을 진열해보며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참관객들에게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상 수상도 추천했다. 혁신상 수상 제품들만 모아두는 ‘혁신상 쇼케이스관’에 제품을 전시할 수 있어, 공간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특히, 쇼케이스관은 공간 제약이 적어 협의만 잘하면 신청한 부스 규모를 넘어서는 전시를 할 수 있다”라며 “로봇처럼 크기가 커다란 제품을 쇼케이스관에 전시해두고 부스에서는 설명만 하는 사례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혁신상, 연속수상 노려
주식회사 앤오픈(ANDOPEN)은 온디바이스 생체인증 솔루션 ‘스냅패스(SNAPPASS)’를 출품했다. 개인의 생체정보(얼굴)를 서버가 아니라 개인 카드 내부에만 저장하고, 제품에 카드를 가져다대면 내부 저장 정보와 카메라로 촬영된 생체정보가 일치하는지만 대조하는 방식이다.
높은 보안 수준이 요구되는 기업·병원·관공서가 주요 타깃이며, 카드뿐만 아니라 QR코드·스마트폰 유심(USIM)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 솔루션은 지난해 CES에 이어 올해도 혁신상에 선정됐다. 관계자는 수상요인으로 “조직에서 취급하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고민의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앤오픈은 내년 3번째 혁신상 수상에 도전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한 가지 솔루션으로 혁신상을 연속 수상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근거가 된다”라며 “보안 시장은 특히 보수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업계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혁신상 수상으로 수출 확대
(주)유니유니는 카메라 없이 센서 데이터만으로 사람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공간 안전을 제공하는 ‘Savvy 1.5’ 솔루션으로 두개 분야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솔루션은 거리감을 활용해 사람이나 사물의 외형을 시각화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층고 4m 이내 천장부에 설치하고 와이파이 통신을 연동해 공간을 관리한다. 야간 및 어두운 상황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실신이나 불법 촬영 등 다양한 행동을 감지하고 경보 및 알람을 전송한다.
한수연 대표이사는 “안전을 지킴과 동시에 개인 프라이버시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전 세계 모든 공간에 적용 가능하며, 미국·멕시코·유럽 지역으로 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 대표는 “CES 2026에서 수상한 혁신상을 토대로 기존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한국의 기술로 전 세계 모든 인류를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