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그간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과학적인 기후 영향 평가를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기후적응’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의 신지영 기후적응정책실장은 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이 주최한 ‘기후위기 시대,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과제를 살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후변화 적응은 현재 나타나고 있거나 예측되는 기후변화 영향에 대해 자연 또는 인위적 시스템을 조절해 피해를 완화하거나 유익한 기회를 촉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기후변화 영향 활용·적응 대책 수립 방식 등을 담은 기후위기 적응 조항 11개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8년 12월, 2030년까지의 ‘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5년 단위의 적응 대책을 수립해 오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4차 적응 대책을 시행하는 중이다.
신 실장은 “블룸버그에서 한국을 적응 관련 준비가 잘 돼 있는 나라 중 하나로 꼽았다”라며 “국가가 기관 투자자들과 함께 여러 계획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러 설문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국민 대상의 주요 환경문제 설문에서 2023년 이후 기후변화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응답되고 있으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인식되고 있다”라며 “그러나 당장 나 자신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것 같다는 응답은 저조했다”라고 말했다.
신지영 실장은 ‘기후변화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인용해 이러한 결과가 기후변화가 가진 속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복잡·생소하고 눈에 보이지 않으며 장기적인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이제껏 우리가 안락하고 편안하게 누려왔던 환경이 잘못됐으니 당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불안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기후변화를 뒷전으로 미루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진단이다.
그는 “기후변화 적응의 영역은 점점 확장되는 추세”라며 “문제의 목적을 파악하고 의사결정 원칙을 설정한 뒤, 대안을 논의해 원칙과 방향에 맞춰 의사결정 후 정책 실행 및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 실장은 “정책 주체들이 협력, 네트워크, 거버넌스, 예산 등 적응과 관련된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현행법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과제로 ▲기후 적응 과정 확립을 위한 법체계 ▲과학적 기반 구축으로 의사결정 지원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 및 지원사업 ▲기후위기 적응 주류화 ▲기후보험 지원 근거 ▲산업계 지원 ▲광역 단위 기후위기 적응 네트워크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