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정유·담수화 설비 등 '효자산업' 우뚝
플랜트 수출 300억달러 시대… 중동 산유국들 발주 급증 하루평균 1억달러 수주
지난달 2일 태국 최대 석유회사인 PTT사 대회의실. PTT 회장과 삼성엔지니어링 정연주 사장은 가스와 에탄올을 분리해내는 ‘GSP-6’ 프로젝트와 ‘ESP’ 프로젝트 계약서에 서명했다. 총 11억달러에 달하는 이 계약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전체 매출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대형 플랜트(키워드 참조) 수주에 성공했고, 한국 플랜트업계 전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 플랜트 수주 누계 300억달러를 넘기게 됐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0%를 해외에 ‘공장’을 팔아 거둬들이는 ‘플랜트 수출 300억달러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발전소·정유공장·담수화 설비 등 플랜트는 우리나라의 효자산업이다. 올 들어 수주한 5억달러 이상 대형 프로젝트만 지금까지 27건, 금액으로 201억달러에 달한다. 불과 10년 전 외환위기 때만 해도 자금 경색에 빠진 국내 플랜트업계는 인력 감축, 계열사 통·폐합이 가장 심하게 일어났던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 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평균 1억달러를 수주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규모만 큰 게 아니라 내용도 알차다. 두산중공업이 세계 최대 발전소를 인도에서 수주할 때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중동 최대 규모 사우디 담수(淡水)·발전 플랜트를 수주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선진 업체들의 하도급업무를 주로 담당하던 한국 기업들은 이제 이처럼 대형 프로젝트를 일괄 수주할 뿐 아니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기본 설계시장까지 개척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쿠웨이트 윤활기유 플랜트, SK건설은 태국 정유공장 시설고도화사업의 기본 설계를 맡았다.
해양 구조물시장에서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가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 드릴십(심해원유·가스시추설비) 등 값비싼 해양 시추 설비시장을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
플랜트산업의 약진에는 한국 플랜트업계가 구조조정을 마친 이후 때맞춰 찾아온 고유가(高油價)가 한몫 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자원 개발뿐 아니라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전반적인 산업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집중 투자하면서 석유화학 플랜트 등의 발주가 크게 늘어났다. 두바이 중동플랜트 수주지원센터의 오경환 부센터장은 “2003년 9억1400만달러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등 GCC(걸프연안국연합) 국가들의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 규모는 올해 159억달러로 17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 같은 발주 러시가 앞으로도 몇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플랜트산업의 경쟁력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개방을 통한 경쟁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 윤영석 회장은 “2015년 플랜트 수출 1000억달러 달성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고령화와 세대간 기술 전수 문제, 국내·외 기업 간 과도한 경쟁에 따른 기술 유출문제, 지구온난화에 대비하는 환경문제 등이 플랜트업계 앞에 놓인 복병”이라며 “환경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플랜트
석유화학 설비와 같이 원재료를 투입해 일관 공정을 거쳐 완제품이 나오는 공장 설비 전체를 뜻한다. 발전소, 정유공장 등과 같은 에너지 연관 시설이 플랜트 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에너지 관련 산업의 설비 투자가 늘어나면, 플랜트 산업도 호황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