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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한국산업 ‘원심력 줄이고 구심력 높여야’
나재선 기자|inspi06@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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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한국산업 ‘원심력 줄이고 구심력 높여야’

독자적 원천기술과 역량 무기로 변화에 대응해야

기사입력 2013-05-29 0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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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기존 국내 산업의 R&D 방식이 ‘배우는’ 형태였다면 90년대 들어 ‘솔루션을 찾는 R&D’로 성장했다. 그러나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업의 설비투자 의지는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술 적용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시장을 선도하는 R&D’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제품과 기술 수명 주기가 매우 짧아지면서 극소수 선두 기업을 제외한 많은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서 지위가 약화되거나 몰락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빠른 속도로 시장과 업계도 재편되고 있다.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선두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업계를 리드하기 위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 문제가 됐다.
[ISSUE]한국산업 ‘원심력 줄이고 구심력 높여야’

성공한 Fast-Follower의 깊어지는 고민

한국 경제는 지난 50년간 경공업, 중화학공업, 자동차, 전자 및 IT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성공 체험을 바탕으로 국내 총생산 연평균 12.3%, 수출 연평균 17.9%의 성장을 실현, GDP 기준 세계 15위, 교역 규모 기준 세계 9위로 도약했다. 특히 1980년대 음향기기 수출을 시작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전자제조업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의 첨단 IT 제품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가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장의 견인차 설비 투자와 R&D 투자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설비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80년대까지 선진 산업과 제품을 모방하고 기술을 이전해 빠르고 싸게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성장의 방식이자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우선 설비투자를 진행한 다음, 설비를 가동하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개선하기 위한 R&D 투자를 뒤이어 진행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는 80년대까지의 모방·이식형 접근에서 진화한 기술 혁신형 접근이 본격화됐다.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R&D 투자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졌다. DRAM에서의 고집적화, 디스플레이에서의 대면적화 등에 대한 R&D 투자와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한 설비투자가 대표적 예다.

80년대까지의 R&D가 ‘배우는 R&D’였다면, 90년대의 R&D는 ‘솔루션을 찾는 R&D’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설비투자에 후행 또는 선행하면서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러한 성장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R&D 투자 비중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반면, 설비투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장 창출 리스크로 인해 R&D 투자가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해석할 수 있다. 즉, R&D 투자가 늘어나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사업화가 이뤄지지 않아 쉽게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ISSUE]한국산업 ‘원심력 줄이고 구심력 높여야’

우리나라는 90년대까지 Fast-Follower로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선도 기업을 따라잡으며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이제 이런 식의 성장이 한계에 달해 또 다른 성장 모델로 이행하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우리 산업의 역량과 위치가 한 단계 성숙했을 뿐 아니라 제품 생애 주기 내에서 혁신 패턴의 변화로 ‘공정혁신’의 여지가 대폭 축소되고 있다.

선도 기업들의 혁신제품을 모방한 다음 공정 혁신을 통해 수익을 얻고 성장하던 위치에서, 우리가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을 수행하며 시장과 산업을 리드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이다. 이처럼 제품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성장과 수익 창출은 고사하고 아예 시장에서 도태돼 버리는 ‘Lead or Out’의 환경적 특성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출발점으로서든, 기회를 구현해 주는 수단으로서든, 제품 혁신과 기술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물론 혁신에서 기술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 ‘기술 만능주의’, ‘기술 지상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고객은 가치를 구매하지 기술을 사지는 않으며, 좋은 기술이 언제나 혁신 제품으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제품 혁신을 통해 꾸준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에는 항상 탁월한 기술 역량이 뒷받침되고 있으며, 아무리 뛰어난 혁신 아이디어라도 기술 역량을 통해 구체화되지 못하면 콘셉트와 페이퍼만으로 존재하고 시장에서의 실질적 가치로 연결되지 못한다. 기술이 제품 혁신의 충분조건은 아니나, 탄탄한 기술 역량이 제품 혁신의 필요조건임은 여러 사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적으로 대표적인 선도 기업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논이나 인텔과 같이 탁월한 기술력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삼는 전통적 기술기업만이 아니라,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혁신의 다른 요소들을 강조하는 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혁신의 포인트는 각기 다르지만 그 기저에는 핵심기술과 관련해 기술기업 못지않은 탄탄한 기반역량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예외 없이 성장 전략에 맞추어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기술역량을 키우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경주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모든 선도 기업이 핵심기술과 관련해 형식지적 성격의 응용기술력보다 암묵지적 성향이 강하고 누적적 특징이 큰 기반 기술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선도 기업들은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통해 풍부한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과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을 체화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혁신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천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외부 탐색/협력을 통해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독자적 원천 기술 개발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들이 독자 기술을 추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제공하고 싶은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와 경쟁사와 명확한 차별화가 필요한 경우다. 최고 수준의 독자 기술을 추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캐논의 경우, 애초의 기술개발 목적은 선발 주자의 원천기술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후발주자로서 카메라와 복사기 시장에 진입한 캐논은 라이카와 제록스의 원천기술을 회피하기 위해 독자 기술 연구개발에 매진, 성공적으로 자신만의 원천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적재산권 방어를 넘어서 자신의 제품에 차별적인 가치를 담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경우, 경쟁 기업과 차별화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디지털 카메라 기업들은 독자 ISP3를 통해 고유의 화질과 색감을 제공하며, 이것은 그대로 제품과 기업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경쟁사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으며, 라이센스 사업 등을 통해 부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불확실한 독자 기술 성공, 불가능한 가치 제공

기업들은 독자적인 원천기술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혁신의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하지만,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술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원천기술 라이센싱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꾸준히 대규모 투자를 하는 퀄컴의 경우에도 실제 제품화돼 수익으로 연결되는 기술 과제는 5% 미만에 불과하다.

다음으로는 5%의 확률로 수익 창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자원의 투입에서 이익의 회수까지 10년에서 20년의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기술이나 부품을 필요할 때 저렴하게 아웃소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내부 견해가 생각 외로 깊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특성상 고비용의 연구 인력과 장비에 장기 투자가 필요한 원천기술 R&D는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독자적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In-house R&D는 일정 규모 이상 꼭 필요하며, 암묵적 지식의 확보 및 흡수역량 제고 등과 같은 아웃소싱으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불확실성과 비효율성을 낮추고 성공의 확률을 높이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심기술의 기반 역량이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반기술 역량이 강하면 그 자체에서 획기적인 고객 가치를 창출하거나, 기존 고객 가치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밀기(Technology Push) 관점의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수요견인(Demand Pull) 관점의 아이디어를 실제 가치로 바꿀 수 있는 힘도 강해진다. 또한 자체 개발 기술의 확보뿐 아니라 ‘흡수역량’도 함께 강화돼, 뛰어난 외부 역량에 대한 탐색, 협력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은 암묵지적 성격이 강하고 누적적으로 쌓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에 외부에서 도입할 수 없으며, 많은 경험과 잦은 실패를 통해 사람과 조직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잉(Boeing) 737부터 787 기종까지의 연구개발을 리드한 Walt Gillette는 “산업 경험에 미루어 보면, 회사에서 12년에서 15년마다 새 항공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그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이 사라져 버리게 된다. 지난번 새 항공기를 개발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은퇴하거나 다른 기업으로 옮겨갈 것이고, 그들의 기술과 경험은 다음 세대의 보잉 구성원들에게 전수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고 말한 바 있다.

탐색과 협력(Search&Collaboration)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 원천기술 개발을 강조하는 방식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기는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장기 투자를 거쳐 지금까지 큰 수익을 창출해줬던 기술 포트폴리오가 시장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인텔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집적회로의 발명에서부터 반도체 설계와 과학적 공정이란 측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인텔은 기술과 더불어 뛰어난 사업전략과 파트너십으로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PC 시장을 지배하며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해 왔다.

제품의 성능이나 전력소모 등이 이슈가 될 때마다 보유한 핵심기술 역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기술역량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 PC에서 스마트폰으로의 시장 패러다임 전환, ARM을 필두로 하는 저전력 프로세서라는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등장 등으로 지금까지의 성공을 견인해 준 핵심기술의 기반역량과 이에 기반한 원천기술 개발 역량만 가지고는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캐논 역시 ‘디지털 이미징’이라는 제품 테마와 관련해 광학기술, 이미징 처리, 정밀 기계 등 핵심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해 복사기, 프린터에서부터 리소그라피 장비, 디지털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혁신 제품군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왔다.

그러나 격변하는 시장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소한 기술 포트폴리오 안에 제품군과 기업이 갇혀버릴 위험이 있으며, 최근 프린터, 복사기 시장의 포화와 스마트폰에 의한 디지털 카메라 시장 잠식 등 시장 성장성이 떨어지면서 기업의 성장 또한 함께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적극적인 탐색과 외부 역량 활용은 인텔과 캐논이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술 범위와 깊이, 개별 기업 감당 어려운 수준

제품의 기능과 구성이 매우 빠른 속도로 고도화됨에 따라, 제품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기술의 범위와 깊이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돼 가고 있다. 더욱이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독자적 원천 기술 개발은 시간이 걸리고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모두 내부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은 기업이 처한 시간과 자원 제약 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현재는 협업과 생태계의 시대로 기업들이 독자적인 경쟁력 외에도 시장과 산업의 흐름을 읽으며 경쟁사, 협력사들과 함께 판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독자적인 기술 역량이 없이는 협업의 생태계에 의미 있게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독자적인 기술역량에만 몰두하다 보면 갈라파고스화돼 버리기도 쉽다.
[ISSUE]한국산업 ‘원심력 줄이고 구심력 높여야’

외부역량 활용 기업, 핵심기술 역량 탁월

이처럼 탐색과 외부 역량 활용에 강한 혁신 기업들은 공통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독자적 원천기술 개발 중심의 기업 못지않게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반역량이 독자적 원천기술 개발역량뿐 아니라 흡수역량으로도 연결된다는 면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앞으로 어떤 기술이 제품 혁신의 포인트가 될 것인지 시장과 기술을 정확하게 읽어 내며 기술의 동향을 파악하고 자사의 기술을 마케팅하며 협업의 판을 만들어가는 역량이 뛰어나다. 또한, 필요한 기술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기술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해 빠르게 확보, 내재화한 후 제품에 적용해 성공시킨다는 점이다.

외부 역량 활용은 기업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확보하고자 하는 기술이 덜 범용화 될수록 ▲대체 공급자가 적을수록 ▲해당 기술이 제품의 핵심 가치에 중요하게 기여할수록 외부와의 제휴 관계에 따른 리스크가 증가한다.

덜 범용화된 기술일수록 사올 때 따라오지 않는 많은 암묵적 지식이 있고, 내가 사올 수 있는 좋은 기술은 남도 사갈 수 있다. 제품의 핵심 가치에 밀접한 기술일수록 공급 업체 또한 제조 노하우를 빨리 습득하여 직접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핵심기술의 기반역량, 원천기술은 충분한 시간과 투자를 통해서만 축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장 바람직한 제품 혁신형 R&D의 모습은 독자적 역량과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탐색과 외부역량 활용을 강화해 시장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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