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연초의 혹한이 물러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북한에서 쏘아올린 미사일이 엉뚱하게도 우리나라 제조업계에 빙하기를 몰고 올 모양새다.
최근 북한이 강행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및 4차 핵실험으로 인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의 폐쇄를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 그곳에 있는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된서리를 맞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우리 측의 입장은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유용되기 때문에 개성공단을 폐쇄한다”는 것이지만, 이를 증빙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통일부 장관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문제는 개성공단의 폐쇄가 급작스레 결정·진행되면서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꾸린 우리 측 업체들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정부측에서는 이들에 대한 세제혜택과 보상금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2013년도에 6개월 가량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됐을 때도 정부가 지원금 제공을 약속하고 정작 실제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개성공단에 상당수 자리잡고 있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업체들이 계약 이행을 하지 못해 원청업체에 최소 10배 이상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김진향 카이스트 교수는 “개성공단 입주해 있던 제조업체는 124개이며, 협력업체와 연관기업까지 합치면 약 3천 개 기업과 5~10만 명에 이르는 근로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국내 의류의 30%, 속옷 90%가 개성에서 만들어 오는데 개성단가라고 이야기 될 만큼 저렴한 가격이 가능했지만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면 가격상승이 불을 보듯 뻔해 이 인플레를 막아주던 엄청난 혜택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출신 숙련공들이 중국 단둥 등으로 다시 일거리를 찾아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동은 안 그래도 제조업 2025를 외치면서 제조업의 붐을 일으키려고 하는 중국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국제 시장에서 중국에게 더 손쉽게 추월을 허용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셈이 될 것이다.
아울러, 개성공단의 폐쇄는 안 그래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전쟁의 위협이 항상 존재하는 곳’이라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을 더욱 굳히게 되고 결국에는 세계 시장에서의 우리나라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그 포기하는 것에 대한 가치의 경중을 제대로 따져야 후회가 남지 않을 터이다. 과연 정부의 이번 선택은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이었을까?
자신의 삶터에서 하루아침에 야반도주하듯 고가의 장비와 재고를 남겨둔 채 떠나와야 했던 개성공단에 몸담았던 많은 이들의 눈빛을 외면하면서 우리 정부가 얻고자 했던 것이 과연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이었는지 물어볼 일이다.
*거치대 : 거칠지만 치밀하게 산업계 이슈에 대거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