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한미 FTA 재협상 추진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최근 ‘미국대선과 한국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정책 좌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경선 기간 중 공약과 여론을 분석한 결과, 한미 FTA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동안 한미 FTA는 NAFTA와 함께 재협상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허 원장은 “최근 한미 FTA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어 FTA 개정 협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발표한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경우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수출 손실액이 최대 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측에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맞춘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허 원장은 강조했다. 미국의 극단적인 보호무역조치들이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경우를 대비해 상품별로 철저한 점검을 시행하고, 각종 비관세장벽에 대한 엄격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국제규범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는 과감히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TPP 폐지 여부에 대해 허윤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TPP는 불공정하고 미국을 유린하는 협정으로 중국에게 이득을 주는 협정이라고 비난해왔기 때문에 TPP 탈퇴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TPP가 폐기될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을 포함해 선진국과의 새로운 경제통합체를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 발(發) 보호주의 통상압력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석영 전(前) 주제네바 대사(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TPP 탈퇴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공화당 의견이 수렴된 수정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 전 대사는 “한미 FTA, NAFTA 등 이미 발효 중인 FTA에 대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검토할 경우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전(前) 주제네바 대사는 “제115대 미국 의회의 지배 구조는 결국 상원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통상 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통상 정책에 대한 권한을 의회와 대통령이 분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과 동시 진행된 의회 선거 결과 양원 모두 공화당 우세인 기존 체제를 다시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TPP 협상은 기존 양원 체제에서 협상된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색체를 강하게 가져간다고 해도 공화당의 정강 기조를 고려할 때 극단적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됐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을 통해 극단적 무역보호조치를 취하려 해도, 공화당이 민주당 상원의원의 필리버스터링을 저지할 수 있는 수퍼머저리티(super majority)인 상원의원 60석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고 최 전 대사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