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 2월 28일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 창출과 일‧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 52시간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단법인 서비스산업총연합회가 주최하고, 자유한국당 이진복 국회의원이 주관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합리적인 근무제 방안은 무엇인가?’ 세미나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영세‧중소기업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제적 영향과 정책제언'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의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정책 중 하나“라며, ”그러나 희망적인 낙관에 기초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 말했다.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 시행으로 7월 취업자 수는 약 5천 명, 실업자 수는 7개월째 약 100만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고용률은 61.3%로 3.3년 만에 최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 그는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는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체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은 2020년까지 정규직 13만9천여 개, 비정규직 1만8천여 개, 전체 일자리 33만6천여 개의 감소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현재 고용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등 투자촉진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자본가동률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주 40시간제도 도입 시 1년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현재 3개월(취업규칙)에서 1년(노사합의)으로 기간을 확대해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경쟁력 저하를 생산성 증가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한 그는 "우리나라는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려워 신규채용에 제약이 많으며, 특히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의 강한 노동보호가 문제"라며, "연봉제로 대표되는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해고가 어려운 현재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52시간 노동체제의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의 김성희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간 체제는 주 40시간제가 아니라, 주 68시간이 허용되는 체제였다”며, “노동시간 단축은 연장근로 최장한도인 주 12시간에 휴일특근 16시간은 제외돼 왔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금 노동시간 단축 이슈가 불거졌지만, 주 68시간 행정지침을 폐기하는 공식 의제가 등장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공식 의제는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표가 있었으나, 노동시장 구조개편 논의에서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김 교수는 “2012년 이명박 정부 때도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방안’을 다룰 때 등장했다”며, “당시 정책집행 양상은 편파적인 행정지침을 유지한 책임을 비켜가고, 오히려 노사 양쪽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에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조기 국회 통과를 추진하되, 여의치 않은 경우 고용부 행정해석 폐기를 추진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지금 대중의 시선도 초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난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는 장시간 노동에 기초한 비용절감형 전략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 김성희 교수는 “인건비 절감에 치중하지 말고, 구조조정의 본래 목적인 고생산성‧고부가가치형 기업 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은 고숙련-고생산성-고품질-고가격-고부가가치의 선순환을 형성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1월 1일부터 50~299인 사업장, 2021년 7월 1일부터 5~49인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 전까지 영세‧중소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