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급격히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와 기후위기의 증가 등으로 인해 기존의 화석에너지에 대한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 지구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9월 4일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의 개막식 이후 진행된 기조연설의 연사로 나선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센트럴 플로리다 대학 제임스 바커스 교수는 한 목소리로 “기후위기에 대해 경각심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공급망 다각화‧전력망 안보‧원자력 사용 등 청정에너지 이슈 선결해야
첫 번째 연사로 나선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청정에너지 전환에는 우리 모두의 기여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코로나19 팬데믹부터 유럽 에너지 위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에너지 시장은 도전적인 시기를 겪었고 개발도상국에 큰 부담이 됐다”고 언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에너지 시장에서 최근 보여지는 흐름은 아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에 불과했던 전기차의 판매량은 지난해에는 전세계 판매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발전량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최근 발전을 시작했거나 완공될 발전소의 85%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슈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파티 비롤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공급망 다각화’와 ‘전력망 안보’, ‘원자력 사용’ 등을 청정에너지 분야의 3가지 이슈로 꼽은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청정에너지 제조가 더욱 발전하면서 지리적으로 치중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며, “많은 국가에서 청정에너지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무역장벽이 청정에너지 전환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를 타파하는 것이 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슈로 제시한 ‘전력망 안보’에 대해 그는 “그동안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전력망을 통합하기 위한 그리드를 개설하는 것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뒤 “재생에너지 중 그리드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전력이 전달된 전력의 3배에 달하는 만큼 그리드의 부족이 에너지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원자력에 대해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원자력은 에너지원의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가변성과도 무관하게 사용이 가능하다”며, “원자력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예측하고, 국가별 역량과 기여도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원자력 기술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의 경우 공기 지연이나 비용의 추가 없이 원자력 발전소를 개발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원자력을 도입하고자 하는 국가는 한국과의 협력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정치적인 이슈에도 불구하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무탄소 에너지 기술을 취득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에너지 산업의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후 산업의 성장 위해서는 ‘구조적 접근’이 필수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 제임스 바커스 석좌교수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 ‘구조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10년간 기후 관련 산업이 약 9배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말한 바커스 교수는 “녹색 전환으로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 데다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화석연료는 아직 1차 에너지 생산의 80% 차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전체의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의 관계성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커스 석좌교수는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당장은 재생에너지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조적인 접근’과 ‘시장우위 유지’를 제시했다.
바커스 석좌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이 글로벌적으로 하나의 총체적인 시스템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지역이나 국가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인 차원의 노력이 이뤄져야 에너지 체계를 바꿀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관계자들 각자의 노력이 연결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우위 유지’에 대해 바커스 석좌교수는 “정부가 기업 등 민간의 노력에 날개를 달아줄 수는 있지만, 정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시장의 주도로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무역 분야에서 일부 국가들이 통상규제를 만들면서 기후변화를 하나의 도구로 인식해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무역협정이 필요하다고 바커스 석좌교수는 주장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는 개인과 정부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 정도로 노력하는 정부는 많지 않다”고 말한 바커스 석좌교수는 “에너지 전환은 국가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 이슈인 만큼, 어떻게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를 함께 달성할 지와 어떻게 무탄소 세상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