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11월 26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4일 한·미가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국회의 철저한 검증과 비준 절차가 배제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명예교수는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주최하고 김건·박수영·박성민 의원이 주관한 ‘대미투자특별법 긴급 진단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MOU와 대미투자특별법의 내용상 문제점에 대해 살폈다.
장 교수는 “MOU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를 안 받아도 된다는 주장은 국내 헌법학자들의 ‘헌법 제60조’ 해석과 충돌한다”라고 말했다.
헌법 제60조에서는 여러 조약 중 ‘통상조약’과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서 국회가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3천500억 달러(한화 약 500조 원) 규모의 MOU 이행 목적의 대미투자특별법은 헌법상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대미투자특별법의 조문을 하나씩 따져봤다. 우선 ‘전략적투자’와 같은 용어의 개념에 대해 “불명확하다”라고 꼬집었다. 3천500억 달러 중 전략적 산업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것은 2천억 달러로, 조선 분야에 대한 투자금 1천500억 달러는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법을 통해 설치되는 한미전략투자공사에 대해선 ‘은행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배제했는데, 이로 인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따랐다.
또, 운영위원회(제4조, 제5조)·전문위원회(제5조)·사업관리위원회(제6조, 제7조)와 같은 공사 내부 기구에 정부의 장관이나 차관급 인사들이 포함된 것을 두고 “사실상 정부 주도·책임으로 국민 세금의 부담”이라며 “별도의 정부 기구를 두는 게 적절해 보이는데, 공사 형식으로 책임을 불분명하게 혼재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법안으로 조성되는 한미전략투자기금(제33조~36조)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약 500조 원에 이르는 비용을 조달해야 하는데,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한다’라고 모호하게 규정해 놓은 것은 법적으로 ‘포괄적 위임 입법’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장영수 교수는 “외교·통상은 국익의 문제로, 경험 많은 여당과 야당 인사들이 협력해야 한다”라며 “유사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비준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임이자 의원은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비준 동의 절차를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음에도 이를 회피하고 있다”라며 “MOU 체결 관련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국내 산업 공동화와 같이 토론해야 하는 의제들을 피하기 위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 따라 비준 동의가 이뤄지는 것이 국민주권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국가의 미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는 ‘환율’이 원화 약세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장래를 굉장히 어둡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미투자특별법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 사는’ 문제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