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춘 시장으로 이끌고 발전시킬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AAM연구부 정기훈 부장은 ‘이재명 정부, 미래교통수단 K-UAM 정책과 방향’ 토론회에서 ‘국내외 UAM/AAM 동향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25일 개최됐다.
정 부장은 UAM의 기술적 특징을 두고 “다중로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도심공간 운용에 적합한 안전성과 저소음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기체 안전 운용도를 미국은 일반 헬기의 100배, 유럽은 1천배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터 중 일부가 작동을 멈추더라도 목적지까지 운행이 가능하거나, 근처 가까운 버티포트에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UAM은 도심 상공을 낮은 고도로 근접 비행하기 때문에 저소음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경제성 확보를 위해선 택시만큼 운행할 수 있어야 해, 단순한 조종 방식으로 조종사의 피로도가 적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율비행을 적용해 경제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통신·항법도 다르다. 기존 항공기가 이용하는 위성 통신 대신, 지상의 4G나 5G, 미래 6G와 같은 이동통신망을 상공망으로 활용한다.
글로벌 동향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UAM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인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은 맨해튼(Manhattan)·뉴욕시(New York City)·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상용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도 기체 인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두 기업은 내년부터 아랍에메리트(UAE)의 아부다비(Abu Dhabi)와 두바이(Dubai)에서 UAM 상용화를 시작한다.
중국에서는 이항(Ehang)이 감항증명을 취득하고, 광저우 지역에서 관광용으로 제한적인 운용을 진행하고 있다. 오토플라이트(AUTOFLIGHT)는 형식 인증을 세계 최초로 취득한 기체를 개발했다. 단, 큰 드론의 형태로 승객 탑승은 불가능하고 화물 배송용으로만 인증을 획득했다.
정기훈 부장은 “현재 UAM 시장은 세계 최초의 주인공이 누구냐보다는, 안정적 운영을 통해 새로운 교통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항공 교통과 완전히 상이한 UAM은 세계적으로 통용 가능한 운용 개념과 기준이 부재하다”라며 “‘K-UAM 그랜드 챌린지’ 사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자체적인 기준과 초기 상용화 준비를 위해 마련된 민관 통합 대형 실증 프로그램”이라고 해당 사업의 의의를 살폈다.
이 사업은 안전한 UAM 운용을 위해, 단거리·장거리 정상 운용은 물론 전방 조류 출현 시 경로 변경, 통신 신호 단절 상황과 같은 15가지 시나리오 및 절차를 개발하고 검증해왔 다. 실증 인프라로 전남 고흥과 인천 계양에 버티포트와 교통관리·통신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UAM 주요 R&D 프로그램으로는 ▲UAM 가상통한 운용 및 검증기술 ▲UAM 감시정보 획득체계 ▲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 개발이 남아있다.
정 부장은 “UAM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기대치가 상승했다가, 현재는 ‘Death Valley’라고 불리는 하향길에 있다”라며 “인간의 생명과 관련이 있다 보니, 세계적인 인증이 목표하는 시점에 맞춰 빠르게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파리 올림픽 당시 계획됐던 시범사업이 파리 시민들의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던 사례가 있다. 올해 오사카 엑스포에서 예정됐던 시연도 승객을 태우지 않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는 “미국은 2028년 LA올림픽에서 UAM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세계 시장의 선두를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기훈 부장은 “UAM은 신산업 초기의 어려움은 있지만, 결국 다가올 수밖에 없는 미래 산업”이라며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 탐색·사회적 수용성 확보·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천문학적 비용이 요구되는 인프라 구축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UAM 기체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나라 상용 기체 개발을 위한 부품 자립화가 절실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 정착까지 국내 공급망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R&D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표준화에 참여하고 선도해야 UAM 산업의 어려운 시기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