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199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가 현실화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가상의 레이싱 스포츠 ‘사이버 포뮬러’ 대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회는 공통 규격만 준수하면 제약 없이 차량을 제작할 수 있어, 평균 400~500km/h의 속도로 경기가 이뤄진다. 모든 레이싱 차량에는 드라이버 보호와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컴퓨터 네비게이션 시스템(극 중 ‘사이버 시스템’)이 장착된다. 특히 주인공의 차량에는 AI(인공지능) ‘아스라다’가 탑재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렇게 AI가 주행 전략을 판단하는 레이스가 실제 서킷 위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F1(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 경기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의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 ‘제2회 AI 레이싱 리그(The Abu Dhabi Autonomous Racing League, A2RL)’가 열렸다. 2024년에 이어 개최된 이번 대회는 11개의 글로벌 팀이 참가해,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한 6개 팀의 완전 무인 레이싱 차량이 자율주행 레이스를 펼쳤다.
본 경기에 앞서 전 F1 레이싱 선수 다닐 크비얏과 AI 레이싱 차량의 총 10바퀴 이벤트 경주도 진행됐다. AI 레이싱 차량이 출발하고 10초 뒤 인간 드라이버가 출발해 따라잡는 방식으로, 결승선은 AI 레이싱 차량이 먼저 통과했지만 최고 랩 기록은 다닐 크비얏이 57초 57로 AI(59초 15)보다 1.58초 빨랐다.
다닐 크비얏은 A2RL의 보도자료에서 ‘2024년 경주에서는 랩 기록이 10초 차이 났는데, 이제는 단 1초만 차이 나고 있다’라며 ‘기술 발전이 놀랍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한국에는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 Capability)가 일부 테슬라 차량에 배포되기 시작됐다. 라이다를 비롯한 고가의 센서 없이, 카메라와 AI 기술만으로 국내 도로 주행을 척척 해냈다.
테슬라 FSD의 국내 진출은 소비자에게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기업에는 자율주행 개발 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기업은 현대자동차였다. 그동안 그룹 내 자율주행과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개발을 이끌던 송창현 AVP(첨단차플랫폼) 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지난달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정기 임원 인사 이후 현재까지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새로운 자율주행 개발 전략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상상에 머물던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현실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실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는 테슬라가 한발 앞서 나간 듯 보이지만, 센서와 정밀 맵핑을 기반으로 안전성을 중시하는 접근 역시 유효한 전략이다. 어느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