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임병욱 전문위원의 칼럼을 게재,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회경제적인 이슈를 통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영이론과 관리기법의 개념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기 쉽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볼라벤’과 ‘덴빈’에 이어 제16호 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3개의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관통한 것은 관측기록이 남아있는 1904년 이후 처음이라 한다. 시시각각으로 그 진로와 위험정도를 알리면서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난대비시스템이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국가태풍센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인명피해를 가장 많이 낸 태풍은 1936년 발생한 '3693호'로 1232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고, 이어 1923년 '2353호'가 1157명, 가공할 위력을 보인 1959년 '사라'(SARAH)는 84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재산피해 규모로는 지난 2002년의 '루사'가 5조 1479억 원, 이어 2003년 '매미'(MAEMI)가 4조 2225억 원을 기록했다.
태풍으로 내린 하루 최다 강수량은 '루사'로 강릉 지역에 870.5㎜이다. 뒤를 이어 1981년 '아그네스'가 장흥에 547.4㎜, 1998년 '예니'(YANNI)가 포항에 516.4㎜를 쏟아 부었다.
우리나라는 장마가 끝나고 나면 태풍을 걱정하며 가을을 맞는다. 지금의 경제 상황도 태풍 예보를 들으며 나름의 대비를 서둘러야만 할 때가 아닐까?
▷ 여전히 불확실성에 처한 경제상황
유럽의 재정위기를 풀 실마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살얼음판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뻥 뚫릴 기미는 없고 불확실의 터널은 깊어만 가는 형국이다. 가히 세계가 한 지붕 경제우산을 받쳐 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에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올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무디스(A1→Aa3), 피치(A+→ AA-)에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올렸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가 붕괴되거나 북한이 안보불안을 유발할 경우 또는 우리나라의 급격한 자산 붕괴로 금융시스템이 크게 나빠지면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의 24위 보다 5단계 상승한 19위를 회복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에 이어 5위다. 인프라, 거시경제, 보건 및 초등교육, 기업혁신 등이 20위 안에 들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10위)과 중국(29위)의 딱 중간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비효율성과 대립적 노사관계를 해소하지 못하면 언제든 일본과 중국이란 ‘너트 크래커(호두 까는 기계)’에 끼어 맥을 추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추가 경기부양을 위해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무기한 사들여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고용시장의 개선을 위한 3차 양적완화 조치다. 기준금리는 연 0~0.25%를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하여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발표했다. 앞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이고 우리의 수출여건은 악화될 것이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특히 비철금속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다. 원화 강세 전망으로 환차익 기대가 높아져 외국자금의 국내 유입도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의 8월 중 산업생산 증가율이 3 년 만에 최저치에 그쳤다. 지난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6%로 3년만에 7%대로 떨어지는 악화일로라 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APEC 최고경영자 서밋 연설에서 중국 경제가 심각한 하방 압박을 받고 있다며 경기 침체를 인정했다.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23%로,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1.7%포인트 줄고, 성장률도 0.4%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불확실한 위기를 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
경제 위기에서 혼자만 예외일 수 있을까? 그렇다고 모두 피해자가 되지는 않는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으로 닥칠 회오리도 마찬가지다. 닥쳐올 위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한 방편이 시나리오 경영이다.
지금이 위기라는 것에, 그리고 향후 상당 기간의 전망도 암울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불확실성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는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전통적인, 과거의 추세적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예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를 뛰어넘는 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닥칠 위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마땅히 일관된 위기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위기대처 계획은 위기를 초래하는 요인의 변동 초기에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며 초단기 대응만으로 구성해서는 곤란하다. 불확실성의 변동 추이를 예견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조직의 혼란과 불안만을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위기를 예견하고 미리 짜여진 실행방안대로 신속히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위기는 급격하고 빠르게 닥쳐오기 때문에 100%의 신중함보다 80%의 신속함이 낫다. 이러한 급변하는 위기상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시나리오 경영이다.
시나리오 경영은 불확실한 요인별로 그 변동폭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각 요인들의 유기적인 결합에 따라 시나리오를 만들어 미래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은 일단 극단적인 상황까지 시나리오로 작성해 놓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버블의 붕괴로 환율 50% 변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기 기업에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화 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내부에 수많은 개선방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위기를 맞게 되면 그 방안들은 실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의사결정이 목전에서 기다리게 된다. 바로 위기 때를 대비한 전략적 위기 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위기를 몰고 오는 요인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대비책을 시나리오로 구성하여 미리 대안으로 짜 놓아야 한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제 불안기에는 당장 급한 불끄기에 급급한 즉흥적 대응만으로는 실패를 자초하기 쉽다. 위기 국면에서는 전략적 경영으로 생존과 아울러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세울 때는 다음 네 가지 큰 원칙을 따라야 한다. ‘위기를 공유하는 위기관리 대응팀을 활용하라’, ‘현금흐름에 우선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라’, ‘위기요인 변동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라’,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라’가 그것이다. 냉철한 머리와 민첩한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된 유용한 정보가 돌파하는 힘을 뒷받침함은 물론이다.
기업에서 태풍을 대비하는 것이 위기관리이다. 위기관리는 전략과 실행에 있어서 지식에 기초해야 한다. 시나리오 경영은 직관과 함께 최상의 지식을 하나로 아우르는 위기관리 전략의 산물이다. 의사결정자의 개인적인 직관은 물론 조직 내에서 습득한 경험과 외부 전문조직과의 협력, 다양한 정보 등을 망라한 시나리오가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 시나리오 경영은 급격한 불안요인의 변동에 대응하는 의사결정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길은 불확실을 뛰어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