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미 FTA는 우리의 녹색 산업 성장에도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발광 다이오드(LED)와 차량용 리튬 이온 전지는 큰 폭의 수출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 기후 변화 대응 시대의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는 녹색 산업과 한·미 FTA의 상관관계를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발광 다이오드(LED)와 차량용 리튬 이온 전지는 관세가 즉각 철폐돼 한·미 FTA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품목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내년부터 100W 백열등 사용이 금지되는 등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백열등 사용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LED 시장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전기차 개발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친환경 완성차와 부품 시장도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우리의 녹색 상품 수출에 파란불이 켜진다는 전망이다.
지난 2008년부터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LED 발전 및 보급 정책’ 결과 LED 관련 해외 수출은 2011년 35.1억 달러로 2010년보다 37%나 증가했다. 무역수지 흑자도 11.4억 달러로 전년보다 174%나 증가했다. LED 산업 연구 개발 지원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LED 칩 생산 핵심 장비와 LED 가로등 칩·패키지는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LED 기술 역량 강화에도 큰 진전을 이뤄냈다.
세계 LED 시장은 연평균 24.5%씩 성장해 2015년에는 1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국내 LED 응용 기기 시장 규모도 가파른 성장을 이뤄 2015년에는 2010년보다 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ED 산업의 연구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센서 모듈, 드라이버 등 8대 핵심 부품 기술 개발 등 연구 개발 과제에 중소·중견 기업이 참여하는 비율을 기존의 15%에서 4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대기업은 시스템 조명을 위한 모듈 및 플랫폼 표준화에 참여하도록 해 대·중소기업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장용준 대외정책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1년 7월 초 잠정 발효된 한·EU FTA 이후 국내 LED 업계의 대유럽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4.7%의 관세 철폐가 수출 단가를 감소시키면서 단 4개월 만에 수출이 급성장했는데 여기에는 유럽의 에너지 절약 정책도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한·미 FTA 발효 즉시 미국의 LED 관련 수입품에 대한 관세(벌브 2.4%, 조명 기구와 픽스처 3.9∼6.0%)가 철폐되므로 향후 한국 LED 산업의 대미 수출은 가파른 성장률을 보여주리라 예상된다. LED 업계는 한·미 FTA 발효와 함께 한국 LED 조명 제조업체들의 총매출 증가율이 20%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KOTRA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는 3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내 LED 조명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LED 조명의 대미 수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던 우리나라 LED 조명의 대미 수출이 2009년에는 급격히 증가해 약 1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약 14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약 43%의 수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0년 현재 미국 LED 조명 수입의 중국 제품 시장 점유율은 73.7%로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 경쟁력보다는 주로 저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미국 수입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기술력이 뛰어난 우리 제품이 중국 제품을 제치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또 LED 조명의 대미 주요 수출국인 중국, EU, 일본 등이 아직 미국과 FTA를 맺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다.
한·미 FTA 발효는 미국 내 LED 조명 관련 기술인증제도 적응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한·미 FTA 내 무역 기술 장벽(TBT, Technial Barriers to Trade) 협정 내용을 기초로 기술 규제 입법 절차 단계에서부터 의견 참여할 수 있으며, 신규 기술 규제를 도입한 경우에도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정부에 별도로 통보해야 하는 등 규제와 제도의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다른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있다.
장용준 부연구위원은 “이미 학계에서는 MRA(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상호 인정 협정)를 통한 FTA 역내국 간의 수출 증진 효과와 역외국에 대한 수출 전환 효과를 실증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며 “특히 기술 집약적 산업인 LED 조명의 경우 MRA를 통한 역내국 수출 증진 효과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LED 수출업체 빛샘전자의 강만준 대표는 “LED 산업은 녹색 성장 산업으로 부각되면서 향후 반도체 산업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하나의 녹색 수출 품목인 자동차용 리튬 이차 전지의 경우도 한·미 FTA 발효에 따른 기대 효과가 매우 크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대국에서 일본과 유럽 자동차에 밀려 입지를 크게 잃어버린 미국 정부가 전기자동차를 미래 성장 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인센티브 확대, 전기차 인프라 확충,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 지원 등으로 미국 전기차(하이브리드 카와 연료전지차 포함) 시장은 지난해 약 44만 대, 올해 55만대 수준에서 내년 159만대로 3배 이상 성장하고, 오는 2016년엔 북미 지역에서만 60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이란 전망이다(한국전지산업협회 추산).
박상진 한국전지산업협회 회장은 “한·미 FTA 발효는 이차 전지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박 회장은 “이차 전지를 제대로 만드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있고 기술 대국인 독일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 활용이 성패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 LG화학 등 우리의 리튬 이차 전지 업계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코발트, 리튬 등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 소재의 국산화, 활물질-황산화-전구체에 이르는 밸류 체인 확보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기술의 국산화율이 20%에 불과하고 원자재부터 전구체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중국의 도전 등 안팎으로 압박받고 있는 형편이다.
박상진 협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전지제조에는 능하지만 소재와 부품 부분을 다루려면 중소기업의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 경쟁력(co-work compentency)을 갖추기 위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한·미 FTA를 계기로 이차 전지 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원 외교의 중요성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리튬은 볼리비아, 코발트는 아프리카에서 구해 오지만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자국 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차 전지 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 기후 변화 대응 시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의 적극적 활용과 함께 기술 국산화율 제고, 자원 획득을 위한 외교 역량 강화 등이 요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