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주요 택배 5개사가 영업점, 터미널 운영사업자, 화물운송업자에게 택배·배송 용역을 위탁하면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을 미발급한 행위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과 함께 30억 7천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김동명 신사업하도급조사과장은 18일 청사 브리핑실에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J대한통운(씨제이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로젠 5개 택배 사업자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고용노통부, 국토교통부, 공정위가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이 택배 종사자의 온열질환·안전사고로 이어진다는 비판에 따라 불시에 작업 현장을 점검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택배사와 영업점 간의 계약 현황을 전수 조사했고, 업계에 만연한 서면 미발급 및 지연 발급 관행을 시정하고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삭제·수정토록 했다.
택배사들은 물류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안전사고 관련 배상 책임과 물품의 훼손·분실에 따른 배상책임을 영업점에게 전가하고, 해명 기회나 최고 절차 없이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는 특약을 설정해 압박했다. 이는 영업접의 택배종사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로 연계됐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영업점의 이익을 침해하는 특약을 설정했다. 대표적으로는 ‘안전사고 민·형사상 책임 전가’, ‘현금 담보기간 중 발생한 이자 수익 미반환’,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영업점이 배상’,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비용 일체를 영업점에 부담’ 등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재발 방지 명령을 부과하고, 수정 및 삭제를 명령했다. 더불어, 부당 특약 계약 건수와 수급사업자 수가 상당하고 파급효과가 크며 법 위반이 장기간 이뤄진 점을 고려해 총 과징금 24억 7천800만 원을 부과했다.
또한, 택배사들은 수급사업자의 용역 수행 전 원상업자가 하도급계약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해야 한다는 의무를 위반했다. 택배 물품의 집화 및 배송, 물류터미널 운영, 터미널 간 화물 운송 용역 등을 위탁하면서 총 2천55건의 계약에서 서면을 수행 시작일까지도 발급하지 않았다. 761일이 지나서 발급한 사례도 있었다.
공정위는 뒤늦게라도 발급했다는 택배사들의 주장에도, 미발급·지연발급된 계약 건수가 상당하고 이들 대부분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로 하도급 거래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향후재발방지 명령과 로젠을 제외한 4개사에 총 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로젠은 미발급·지연발급 계약건수가 14건, 평균 지연일수가 11일로 적어 재발방지 명령만 받았다.
김동명 과장은 “공정위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계약서 총 9천186 건을 전면 검토해, 조사 착수 3개월 만에 안건을 신속하게 상정하고 3월과 4월 집중 심의해 부당한 계약조건을 시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택배사업자는 부당 특약을 신속하게 시정 완료 또는 시정하기로 하고 공정위의 검토를 마친 새로운 계약서로 계약을 갱신 중”이라며 “서면 지연 발행과 같은 관행의 개선을 위해 새로운 계약체결 시스템 도입을 비롯한 준법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김 과장은 “이번 조치는 국내 택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대형 택배사업자들이 실제 택배업무를 수행하는 수급사업자들에 대한 통제·압박의 수단으로 만든 불합리한 특약을 수정·삭제하게 해, 택배종사들이 겪어온 불합리한 관행 개선과 업무 부담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택배사들이 단기간에 사업 규모를 키워오면서도 공정한 계약체결 정착에는 소홀히 해 시장의 불공정성을 심화시키고, 택배종사자들의 안전에 대한 투자와 책임에는 미흡했던 관행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