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화 이후 지속해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어 오다가 경기둔화를 비롯한 국내외적인 악재들이 겹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대두됐다. 이에 KDB산업은행은 최근 ‘한국제조업의 위협요인 분석 및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경제성장의 30%는 제조업의 힘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중화학공업제품 수출 의존적 산업구조로 돼있으며 상품수출·국내총생산 비율이 높은 데다가 이 비중은 계속해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수출 상품 중 공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기준으로 97.8%로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최근 제조업 최종수요 중 수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0년도에 23.8%였던 수출 비중이 2012년에는 29.6%로 증가했으며, 특히 화학, 수송장비, 1차 금속, 기계, 전기·전자기계 등 주력제조업의 경우 전체 제조업 수출의 77%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199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의류, 직물 등 경공업제품의 수출 비중이 컸으나 이후에는 자동차, 반도체 등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업구조가 수출중심의 구조로 형성돼 대외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으며,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높은 시기는 대외경제환경이 우호적인 시기였던 반면 2012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제조업 생산도 함께 둔화돼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수출지역이 중국, 미국, EU 등에 편중돼 있어 해당 국가의 경기변동에 따라 수출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우리나라의 수출중심구조가 가진 약점이다.
특히 2012년 이후 제조업 수출이 둔화됐으며, 특히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비 IT 제조업이 큰 폭으로 둔화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제조업 성장성 및 수익성 하락은 여러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을 거듭해, 2014년 2분기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특히 제조업 실질성장률의 경우 2014년 상반기에 5.4%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기업 매출 및 수익성 개선과는 괴리를 보였다.
무역실적을 사용해서 측정하는 경쟁력지표인 무역특화지수 역시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제조업의 무역특화지수가 소폭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비IT제조업의 무역특화지수는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위협요소,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세계 경기 둔화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중국의 성장 둔화로 해외수요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민간소비 등 내수는 더욱 부진해 수출 둔화로 발생한 애로사항을 보완하는 것도 녹록지 않으며,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뚜렷한 성장동력이 등장하지 않아 본격적 경기 회복의 조기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 미국의 경우 90년대 초 금융시스템 문제로 성장이 둔화된 뒤 1991년에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으나 이후 IT산업 발전으로 2000년까지 호황을 지속하다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를 겪은 뒤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1990년대의 IT산업과 같은 신성장동력은 미흡한 수준이며 셰일가스 개발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나 이 역시 1990년대 IT산업 정도의 파급력은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중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중국의 제조업은 세계 수출시장에서의 급성장 및 수출상품구조의 변화를 통해 2013년에 세계 제조업 수출의 18.6%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제조업은 과거 미국·독일·일본의 3강 체제에서 이제는 중국 1강 체제로 재편된 상황이며 경공업뿐 아니라 중화학공업에서도 점유율이 크게 상승해 2000년도에 3.6%에 불과했던 중화학공업 수출 비중이 2013년에는 15.2%로 4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중국은 과거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 중간재를 수입해서 가공한 후 최종재인 자본재와 소비재를 수출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산업구조 고도화 및 수입대체 추진에 따라 중간재 수입 비중이 하락하고, 원자재 수입 후 중간재를 수출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해서도 예의주시가 필요하다.
중국이 우리나라 제조업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는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분야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중국 주요 산업의 현시비교우위지수를 계산해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조선, 기계, 반도체, 통신장비 등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으나 아직 자동차, 화학은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게다가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은 중국과 수출경합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2000년 이후 일반기계를 제외한 주력 제조업에서 중국과의 수출경합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조선의 수출경합도는 90 전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철강, 화학의 수출경합도 역시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급격한 상승은 결국 한국의 대(對)중국 제조업 수출의 감소를 불러 2005~2011년까지 연평균 15.6% 증가했던 수출 비중이 2012~2013년에는 4.8%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지난해 1~9월 사이에는 2013년 같은 기간보다 0.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대중수출 둔화는 중간재 위주의 수출상품구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중국의 중간재 수입대체 진전으로 중간재 수입비중은 줄었지만 한국의 대중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59%로 중국의 교역상대국 중 가장 큰 수준이며 중국의 중간재 수입 둔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대중수출비중이 큰 석유화학, 기계 등의 수출이 감소해 중국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의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201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엔저현상’ 역시 우리나라 제조업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추진으로 엔화는 2012년 9월 이후 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2014년 9월의 엔/달러환율은 2012년 9월 대비 37% 상승했다.
반면, 원화는 2012년 6월 이후 강세를 지속해, 원/엔 환율이 크게 하락했으며 2014년 9월에는 원/엔 환율은 2012년 6월보다 34%나 하락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렇듯 단기간에 엔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것은 일본 정부의 인위적 경기부양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엔저현상을 기반으로 한·일 간 주요 산업의 수출경합도는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자동차의 수출경합도가 90 이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일반기계는 한국의 기계산업 고도화로 인해 수출경합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자동차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철강 및 석유화학 역시 높은 수출경합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반도체나 통신기기의 수출경합도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단,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은 엔화 기준으로는 증가했으나 달러화 기준으로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한국 수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제조업 기업은 엔저로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설비투자의 경우 최근 신제품·제품고도화, 합리화·생력화(省力化), 연구개발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비중의 증가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제조업 기업들의 이와 같은 투자패턴은 엔화 약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일본의 생산입지로서의 경쟁력 약화 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는데 생산능력 확대는 향후 엔저가 약화되는 경우 큰 리스크를 수반하는 반면, R&D 투자 등은 엔화가치 변동과 무관하게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본 기업들의 최근 경쟁력 강화 투자비중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엔화 약세가 더욱 심해지는 경우 한국 수출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제조업의 위기 원인을 내부에서 찾자면 ‘설비 과잉’을 꼽을 수 있다. 세계의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일부 산업의 글로벌 설비 과잉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해운·조선 분야는 세계 경제성장 및 교역 부진으로 선박 과잉이 지속되고 이에 따른 조선산업 설비 과잉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산업의 기초소재인 철강·석유화학 역시 세계 수요 둔화와 중국의 증설 등으로 인해 설비과잉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단적인 예로 2010년 이전에 증설이 결정된 설비들이 2012년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 설비 과잉현상의 장기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2년 이후 꾸준히 하락 추세이며 80% 미만의 가동률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은 그동안 생산능력 증가 대비 생산 증가가 미흡해 설비투자조정 압력이 하락하고 있으며 그 중 글로벌 설비 과잉 상태인 조선산업의 설비투자조정압력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최근 셰일가스 채굴기술 발달로 경제성이 확보됨에 따라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증가하고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과 셰일가스 최대 매장국으로 향후 개발 확대 움직임이 뚜렷한 중국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산업과 신재생에너지부품 산업 등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전략과 근원적 경쟁력 확보가 제조업 중흥 열쇠
우리나라 산업구조 상 현재 서비스산업의 경제 내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취약해 발전 필요성이 크지만, 제조업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쟁력유지 및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KDB산업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으로 ▲실행력이 높은 장기전략 수립·추진 ▲ 원천기술, 자본재부문 등 근원적 경쟁력 강화 ▲ R&D 강화 및 인적자원 확보 ▲ ICT 융합 및 제조업 관련 서비스 강화 ▲ 고부가가치 및 Long Cycle 제품 위주로 사업구조 개선 ▲ WTO협정 등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산업발전정책 추진 등을 제시했다.
우선 현재 한국 제조업의 위협요인들인 중국 추격, 셰일가스 개발 등은 장기적인 현상이어서 장기적 관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향후 국내 제조업의 주요 추진과제는 단기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원천기술 확보, 자본재부문 발전, 제품고부가가치화 등은 단기에 독일, 일본 등 선발국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전략의 실행력 및 산업환경 변화의 심층적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의 경우 자동차, 메모리반도체 등 일부산업을 제외하고 원천기술 확보가 미흡하기 때문에 기술도입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중국 추격 등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화 실현을 위해 원천기술 확보의 지속추진이 필수적이다.
또한, 1970년대 이후 부품·소재 등 자본재부문의 강화와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 (외화가득률) 제고를 추진해서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뒀으나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향후 수출환경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부품·소재 등 자본재부문을 강화해 수출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듯 원천기술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R&D와 인적자원 강화도 제조업 중흥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산업발전에 필수적인 고급 산업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공계 진로 선택의 유인을 제고하는 기업·정부의 다양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ICT 관련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제조업 관련 서비스 강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제조업의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기업들이 산업주도권 확보를 위해 고부가가치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아울러 전자 등 기술 Cycle이 짧은 산업은 우리가 추격하기도 쉽지만, 후발국에 추격당하기도 쉬운 만큼 바이오, 부품·소재 등 기술 Cycle이 긴 산업은 후발국의 추격이 쉽지 않아 이들 산업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및 Long Cycle 부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란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최고경영자의 인식 변화 및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KDB산업은행 측은 보고서를 통해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흥을 위한 방법으로 WTO 협정 등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산업발전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국제규범에 따라 수출·수입대체보조금이 금지되고, 특정기업·산업에 대한 보조금은 상계가 가능한 보조금으로 규제되고 있다.
특히 국제규범뿐 아니라 시장경제체제임을 감안할 때 산업발전 또는 산업구조 개선은 기업부문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독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추진 중이며 중국도 7대 신흥전략산업 육성 등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해 6월 ‘제조업 혁신 3.0’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제조업 혁신 3.0’의 기본방향은 ▲ ITㆍSW 융합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및 경쟁우위 확보 ▲ 기업이 제조업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환경 조성에 주력 등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4대 전략 및 8대 과제를 선정·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향후 국내외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산업발전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