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종성 교수는 젊은 과학자다.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된 그는 재작년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학부 시절을 포함해 20여 년, 아직 짧다면 짧은 연구 경력이지만 그는 이미 지난해 세계 12명의 쟁쟁한 후보자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수여하는 2015년 APEC 과학상을 수상하는 등 기후과학과 환경·해양 관련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6년 첫 번째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인 국종성 교수와의 미니인터뷰는 마침 태국에서 열리는 학회 출장을 몇 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기상이변 뉴스 접하며 대기과학에 관심 갖게 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포항공과대학 국종성 교수가 연구한 ‘지구의 기후변화 원인과 미래 전망’ 등 탁월한 업무업적을 인정,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국 교수는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 원인을 재규명, 에어로솔과 해양생태계의 역할을 최초로 제시했으며, 북극 온난화가 중위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 지구과학 분야 연구자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은 다소 드문 일이다.
▲“당연히 연구가 활발한 물리나 수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오리라 생각해서 다소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워낙 좋은 연구성과를 내시는 분들이 많아 기대를 하지 못했는데 정말 큰 영광이지요. 개인적으로 그간의 노력이 인정받는 데 대해 즐거움과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즐겁게 순간순간 연구를 즐기다 보니 이런 좋은 일이 생겨 기쁩니다”
-. 지구과학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저변이 넓지 않은 학문이다. 어떻게 지구과학과 인연을 맺게 됐는가.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고등학생 무렵이 마침 전 세계적으로 날씨나 환경과 관련한 이슈가 많던 때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기상이변에 대한 뉴스를 자주 듣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지구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 지구과학 연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구과학은 물리와 수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복합된 응용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중화된 빅데이터 연구가 지구과학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돼 있었지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기상 데이터들을 잘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와 수학을 잘 해야 하고 또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제가 하는 연구 역시 남극과 북극에서 시추한 아이스코어와 적도지역 퇴적물코어에서 얻는 방대한 고기후 자료들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또 지구의 기상이변이 대기와 해양 즉 기후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와의 전체적인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는 지구시스템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생물학에 대한 이해도 점점 많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연구자의 특권…알아가는 재미에 생계 해결까지”
-. 국 교수님의 이름‘종성’에 담긴 뜻은?
▲“마루 종(宗) 이룰 성(成)을 쓰고 있습니다. 굳이 뜻을 붙이자면‘큰 성공’이란 의미인데 우스운 얘기이긴 하지만 제 이름을 지어준 작명소에서 어머니에게 ‘이 아이는 박사가 될 것’이라 얘기하셨다고 하더군요. 중학생 때부터 어머니께 이런 얘기를 듣고 자라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학문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 같습니다”
-. 과학기술인으로 살면서 가장 기쁜 일을 하나만 꼽아달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생활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습니다. 특별히 어느 한 순간을 꼽기보다도 늘 순간 순간이 기쁨과 재미의 연속이라는 게 연구자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지요. 세상 사람들이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과 분석을 통해 하나하나 그것을 증명해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희열들을 맛보게 됩니다”
-. 기후와 해양 연구 분야에서 유명한 하와이대 연구원을 거쳐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 이제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어찌 보면 연구환경은 연구소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기기와 장비를 맘껏 활용하면서 자신의 연구 주제에 집중할 수 있지요. 하지만 대학에 오니 이곳은‘사람을 키운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로부터 큰 연구자의 싹을 발견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큰 기쁨입니다”
-.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아직 몇 해 되지 않아 지금은 요즘 젊은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많고 어떻게 해야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어디까지 제가 학생들에게 개입하고 자율을 줘야 할지 적절한 선을 고민하는 중입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생들이 공부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창조력이란 것은 많은 지식보다 결국 재미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자신감·적극성 길러야”
-.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
▲“열심히 재밌게 연구하다가 연구능력이나 창의적인 능력이 떨어질 때가 되면 우리나라의 후학들을 위해 교재를 쓰고 싶습니다. 지구과학 분야는 아직 대부분 외국교재를 빌려다 쓰고 있습니다. 극지연구소 연구원으로 같이 걷고 있는 아내와도 종종 그런 얘기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나중에 못하니까 힘들고 시간 없어도 지금 바로 시작하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곤 하지요(웃음)”
-. 끝으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예전에는 어떤 학문이든 혼자 깊게 파는 게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문의 범위가 워낙 방대해지다보니 혼자서 할 수 있는 학문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연구자, 다른 학문과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적극성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우리 문화와 교육시스템의 특성 상 학생들은 질문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수업 중에 늘 ‘아무리 하찮은 질문도 좋은 것’이라고 강조하곤 합니다. 학문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먼저 나서고 다가서려는 자세를 일찍부터 습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