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서 장사하나, “우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에요”
중국의 쓰레기 수입에 많은 부분을 의지했던 재활용 업체들은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를 판 수익으로 상대적으로 이익이 거의 없는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의 품목에 대한 적자를 감수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수입 중단 결정은 재활용 쓰레기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를 만들었다.
업체들의 처지를 모르더라도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인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현재 상황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환경부가 주최한 ‘열린소통포럼’에 참석한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의 김일재 실장에 따르면 “노인들이 1천 원 남짓의 김밥 한 줄을 사기 위해서는 대략 기존의 리어카 1대 분량에서 두 배인 2대 분량을 채워야만 가능하다”며, “이 사실에서 재활용 쓰레기의 가격이 얼마나 폭락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재활용 쓰레기인 페트병의 경우에도 거의 절반 정도의 단가가 하락했다.
다양한 정책 속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 된 생각’
국내외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정부의 환경 대책 역시 ‘쓰레기 대란’을 불러오는데 일조했다. 정부가 추진한 여러 환경 정책 중 폐기물부담금제도는 업체가 수거해 간 재활용 쓰레기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품목을 소각·매립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의 수입 중단 결정 이후 재활용 쓰레기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그동안 업체들이 감수해왔던 폐기물 부담금으로 인한 손해는 수거 자체를 보이콧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또한 지자체, 기업, 국민 3자 간 환경 보호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집중한 정책은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폐기물부담금제도, 자발적 협약, 컵보증금제, 판매자책임재활용제 등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은 3자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놓쳤다.
현실 인식의 부재, 언젠가는 우리집 옆에도 쓰레기 더미가...
국민들의 생활방식 역시 ‘쓰레기 대란’이라는 현실과는 상충된 모습이다. 2018년 상반기에 발표된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1인 하루 폐기물 배출량은 929.9g으로 OECD 평균치인 1천425g(2015년 기준)에는 밑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사업장폐기물 배출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장폐기물은 산업 활동에 수반해 발생하는 것이긴 하지만, 소비자의 소비 활동과도 연관이 크다. 또한 종량제 봉투 내 53.7%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국민 대다수는 재활용 분리를 정확히 할 줄 모르거나, 간과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를 해외에 수출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자체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번 ‘쓰레기 대란’으로 인해 국민들은 국내외적인 돌발 상황 속에서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쓰레기 문제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쓰레기 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보다 적극적인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쓰레기 대란’으로 직면하게 된 환경 문제
‘쓰레기 대란’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막연하게 메아리쳤던 환경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쓰레기 문제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정부는 강제성을 띠는 단순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세우고, 기업은 무분별한 시장 원리를 따르기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써 기업 운영 방침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의 김일재 실장은 “재활용 쓰레기를 비롯한 생활 폐기물 등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며, “이를 자원 재순환 차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환경 문제는 행정기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고민해야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