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글로벌 산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라는 족쇄를 달고도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챗GPT 못지않은 AI 모델을 만들어내면서다.
딥시크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 대신 저가형 반도체를 활용했고 AI 모델의 전체 개발 비용도 약 560만 달러(약 81억 원)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알려진 GPT-4의 20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의 저비용·고효율 생성형 AI 개발을 두고 갖은 의혹도 제기된다. 챗GPT의 데이터를 무단 도용했다거나, 개발비를 축소 발표했다거나, 고성능 AI 반도체를 몰래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중국이 미국의 첨단 분야 기술 규제를 극복했다는 사실이다. 딥시크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 규제와 공급망 분리 정책 속에서도 세계를 뒤흔들었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끝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배터리·AI·태양광·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대규모로 지원하며 기술 자립을 꿈꾸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분야 중 하나다.
미국은 장비 공급을 통제해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 발전을 늦췄다. 하지만 중국이 장비와 소재를 직접 만들어 쓰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제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D램 생산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최근 16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기술로 DDR5 D램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첨단전략산업 관련 행사에서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 자체는 느려졌지만 장비와 소재 개발은 빨라졌다”라고 말했다.
다만 첨단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노광장비 공급이 막히면서 D램은 14나노, 시스템반도체는 7나노까지가 한계라고 평가했다. 노광장비는 극자외선인 EUV를 이용해 웨이퍼에 설계된 회로패턴을 그리는 장비로 네덜란드의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안기현 전무는 “중국이 장비와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면 제조 기술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지만, 초미세 반도체 공정은 노광장비에 종속돼 있다”면서 “노광장비를 규제하면 국내 기업의 3나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첨단 반도체 제조가 막힌 중국은 범용 반도체를 저가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범용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 일본, 유럽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공급망에 투입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D램 시장은 범용 반도체와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나뉘었고, 이익이 적은 범용 반도체와 달리 HBM은 이익률이 40%에 달한다”면서 “HBM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국의 추격에서 멀어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