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그러나, 국내 대표 전시장인 코엑스(COEX)가 갑작스레 내년 하반기부터 1년 6개월에 걸쳐 전시장의 절반을 포함한 대규모 리모델링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시산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져든 상황이다.
최근 시위와 기자회견, 코엑스와의 대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코엑스에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려 했던 전시산업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비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보는 코엑스의 이번 리모델링이 국내 전시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코엑스의 입장은 어떠한지 등 전시산업 생태계에 관련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2월 24일자 본보의 보도(코엑스, 내년 60% 장기 폐쇄·리뉴얼 예고…전시업계 “사전 협의 없는 불통 행정”)에 따르면, 코엑스는 내년 7월부터 리모델링에 돌입하면서 전시, 회의 시설의 60%를 폐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시 산업계와의 사전 조율 등은 전무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전시업계 “매출저하‧고용불안정 등 산업계 위축 불 보듯” 한 목소리
전시 관련 시공 전문업체인 A사의 대표인 ㄱ씨는 이번 코엑스의 리모델링 계획을 접한 뒤 한숨이 늘었다. 대략적으로만 계산해도 매출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고, 이는 결국 회사의 식구들에 대한 해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는 그나마 규모있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ㄱ 대표의 고민이 이 정도인데 더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은 불면의 밤이 이어졌을 터다.
“전시 주최사들은 내년 대관을 해야 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실시에 대한 소식을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라도 듣게 되지만 우리 같은 시공 업체는 주최사가 아닌 참가업체들을 대상으로 모객을 하기 때문에 소식이 더 늦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한 ㄱ 대표는 “행사가 열려야 일거리가 생기고 고용 유지가 될텐데, 코로나19 이후 또 이런 일을 겪게 됐다”고 토로했다.
매출의 절반 가량이 코엑스 전시회를 통해 발생한다고 말한 그는 “aT센터와 세텍 등의 전시장이 서울에 있기는 하지만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될뿐더러, 코엑스 전시회 만의 특성도 있다”고 전제한 뒤 “만약 코엑스의 리모델링이 장기화되면 전시 산업 자체의 공동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연간 20여 개에 가까운 전시회를 개최하는 B주관사의 ㄴ 관계자는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의 특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주로 소비재 관련 전시회들이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전시회의 참가기업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라고 밝힌 ㄴ 관계자는 “전시회는 수출과 바이어 미팅 등이 이뤄지는 플랫폼인데, 이 플랫폼이 2년 가까이 멈춰진다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엑스가 제시하는 반쪽 운영에 대해 “열릴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지 않게 되면 국내가 아닌 중국 등 다른 국가의 경쟁 전시회로 넘어가게 된다”며 “이럴 경우 리모델링을 마친 후 다시 개장을 하더라도 해당 전시회가 이전과 동일한 규모로 개최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리모델링은 전시회 관련 업체뿐만 아니라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 등 MICE 산업 전체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 관계자는 “코엑스 역시 1년 반 이상 전시회가 절반만 운영된다면 직원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전시산업계 관계자들을 대표하는 협단체 역시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발생할 피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시관련 단체인 C협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리모델링 대상인 A‧C홀을 사용한 전시회는 84개이며, 참가기업 수는 2만3천 여 업체에 달한다. 1년 반 동안 해당 전시홀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3만 4천여 업체가 마케팅 플랫폼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매출액의 감소도 불가피하다. 이 협회의 ㄷ 관계자는 “2024년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전시산업을 통해 발생시킨 매출이 7조이고, 이 중 코엑스가 6조2천억 원 정도의 매출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획대로 1년 6개월 동안 공사가 이어질 경우 최소로 잡아도 10조 가까운 매출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코엑스가 리모델링을 통해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리모델링 자체가 과연 전시산업계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무역협회에서 코엑스 리모델링에 책정한 예산이 5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중 내부 리모델링에는 300억 원만 투입되는 것으로 들었다”며 “전시장이 랜드마크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전시장의 본연인 내부 시설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불통 속에 드러난 깜깜이 리모델링 계획, 상생 의지 유무에도 의문
본보가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확인한 것은 이번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무역협회나 코엑스에서 전시 관련 업계와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는 점이다. 복수의 전시업계 관계자들은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시업계 관계자들이 코엑스와 무역협회 측에 아쉬움을 넘어 반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불통’에서 찾을 수 있었다.
26일 회의 개최 전 만난 ㄱ 대표는 “한 달 여 전부터 업계에서 ‘코엑스가 리모델링을 할 수도 있다’라는 얘기만 돌았을 뿐 일정을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다”며 “2월 초 코엑스 앞에서 전시업계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였을 때도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풍문으로만 들었다”며 소통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ㄴ 관계자는 “사전에 전시 관련 이해당사자들과 상의를 하는 과정이 없다보니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코엑스가 지금만큼 성장한 데에는 전시 주관사들의 공로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번 리모델링 계획 발표는 전시업계 관계자들을 파트너가 아닌 세입자로 여기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코엑스가 등기 상으로는 무역협회의 소유이지만 엄연히 공공재”라고 정의하면서 “지금이라도 자세를 바꿔서 오래된 파트너, 그리고 지역 상권의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협의해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ㄷ 관계자도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최근 3전시장 건설로 인해 주차 면적이 줄어든 킨텍스를 예로 들면서 코엑스의 불통행정을 꼬집었다.
“킨텍스의 경우 3전시장 건립 공사에 착수하기 전에 주관사들에게 ‘어떤 피해가 어느 정도로 발생할 것이다’라는 점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고, 지금도 지자체와 협력해 주차부지를 확대해 가고 있다”며 “무역협회는 ‘우리는 이렇게 할 거다’라는 공식입장만 26일에 처음 밝혔을 뿐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ㄴ‧ㄷ 관계자들이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한 것은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이 끝날 때까지만 리모델링을 연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1년만 리모델링을 늦추면 킨텍스 3전시장 개장으로 전시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코엑스 일부 전시장을 막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킨텍스가 이미 대규모 공사에 돌입한 시점에서 굳이 리모델링을 강행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