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R&D 로드맵’ 초안이 공개되면서 앞으로 진행될 부지 선정과 절차, 방식, 일정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로드맵 도출과정과 보완 사항 등에 대해 관련 전문가의 설명과 산학연 등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R&D 로드맵 토론회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더케이호텔 거문고B홀에서 진행됐다.
2023년부터 2060년까지 추진하는 이 로드맵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에 필요한 핵심기술로 104개 요소기술과 이를 보다 구체화한 343개 세부 기술을 도출했다.
토론회에서 참석한 산업부 박일준 2차관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그리고 에너지 신산업 창출 등이 지금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지난 1978년도에 고리 1호기를 가동한 이래 지금까지 한국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약 1만 8천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확정하고 관리 절차와 일정, 이런 부분들이 제시된 만큼 이제는 실행에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지난 2021년 12월 수립·발표했다. 1차 기본계획은 2010년도에 제시된 바 있다.
최근 EU 택소노미에서도 원자력이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시스템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박 차관은 EU 택소노미를 언급하며, ”R&D 로드맵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앞으로 실행해 나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저장 용기나 저장 기술, 방폐장 건설과 운영 기술 등 필수적인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내외에서 새로운 시장의 기회도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토론회에는 로드맵 전문가 검토그룹 분과위원과 산・학・연 전문가 등이 참가했다.
김무환 포항공대 총장을 좌장으로, 조동건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김희령 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창재 현대엔지니어링 부장,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병식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채병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김창락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원자력산업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토지분과를 담당한 채병곤 교수는 “부지에 대한 조사, 평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적정 처분 부지 확보는 각 나라의 지질 환경, 지질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질 환경을 기반으로 부지 전환 평가가 수행돼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때문에 관련된 기술들을 국내에서 개발 또는 확보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일부 필요 기술에 대해서는 한국과 해외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방안들을 검토했다”라고 설명했다.
송종순 교수는 지난해 12월에 기본계획을 확정했지만 새로운 정부에서 기본 계획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기본계획에 따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로드맵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중간 저장과 처분장을 동일 부지하는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냐는 의문을 던졌다.
이창재 부장은 산사태, 땅 꺼짐 등 자연재해에서도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원자력 관련 시설에서 부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R&D 로드맵에도 부지 분야가 별도로 선정된 것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으로 본다며, 고준위 방폐 처분장을 심층 처분장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아마도 타깃 심도를 지하 500m 정도로 보고, 조사 심도는 약 천m로 보는데, 이 천m는 핀란드의 경우고, 독일, 영국 등의 경우에는 1천500m, 또는 2천m까지 조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해외 동향을 전했다.
때문에 부지 선정 사업이 시작되고 추진하는 주체가 생긴다면 깊은 심도까지 조사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김희령 교수는 “부지를 확보하려면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주민들의 수용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협의역시 진행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기술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구축에 필요한 요건들, 그래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요소들도 함께 로드맵에 반영해서 세분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조동건 박사는 집중적인 재정 투자와 인력 양성이 추진된다면 기술개발 일정도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청중 질의 순서에 본보 기자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방폐장 건설이 삶의 터전에 건설되는 것에 우려가 크다. 앞으로 부지 선정에 끝까지 반대한다면 어떻게 진행할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채병곤 박사는 ”사실 이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을 검토하는 입장에서 답해하기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지 공모에 2년의 시간들이 소요된다. 그다음에 기본 조사 신청 조사를 9년간에 걸쳐서 진행하고 마지막에 부지 확보에 또 1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아마 수많은 진통이 있으리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해 해외의 다른 나라들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들을 우리가 이번 기본계획 수립 이후에도 기술적인 부분, 정책적인 부분, 행정적인 부분을 다 같이 고민해야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산업부는 분야별 후속 토론회, 해외 전문기관 자문 등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R&D 로드맵을 수정·보완해 올해 하반기에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핀란드, 프랑스 등 선도국 및 IAEA(국제원자력기구),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 등의 국제기구와 협력해 R&D 로드맵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