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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산업 이야기] 한국 산업 현장에도 ‘헤일로’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김대은 기자|kde125@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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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산업 이야기] 한국 산업 현장에도 ‘헤일로’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늘 반복되는 ‘인재’였다.

기사입력 2025-11-24 07: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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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산업 이야기] 한국 산업 현장에도 ‘헤일로’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F1차량 블록 제품에 구현된 헤일로(검은색 부품)

[산업일보]
F1(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은 국제자동차연맹 FIA가 매년 주관하는 국제 모터스포츠 대회다.

드라이버들은 300km가 넘는 속도로 차량을 극한까지 운전한다. 특히, F1 차량은 오픈 콕핏이 표준 규격으로 드라이버들의 머리가 외부에 노출돼 있어 충돌이나 사고의 위험이 높다.

F1 역사상 여러 드라이버가 경기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FIA는 지속적으로 안전 규정을 강화했다. 2018년부터는 콕핏에 ‘헤일로(Halo)’라는 안전 장치 장착이 의무화됐다. 티타늄으로 제작된 Y자 형태의 구조물로, 12톤(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도입 당시 반응은 ‘거추장스럽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대형사고에서 헤일로는 드라이버들의 생명을 지켜냈다.

2020년 220km의 속도로 주행하던 차량이 가드레일과 충돌하는 사고에서 헤일로가 가드레일을 위로 밀어내, 드라이버의 머리를 보호하고 불길이 붙은 차량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2021년에는 드라이버 간 치열한 접전 중 충돌이 발생해 차량이 들어 올려져 뒷바퀴가 상대 드라이버의 머리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헤일로가 타이어의 충격을 막아냈다.

F1의 헤일로처럼, 한국 산업 현장에도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문화 속 산업 이야기] 한국 산업 현장에도 ‘헤일로’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당시(사진제공=소방청)

6일, 울산화력발전소에서 해체를 위한 취약화 작업 과정 중 60m 높이의 보일러 탑이 붕괴하면서 9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명의 작업자는 구조됐으나, 나머지 7명의 작업자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여러 보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인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작업자들은 25m 지점에서 기둥을 절단하는 취약화 작업 중이었는데, 이미 탑의 하부 철골이 철거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부에서부터 취약화를 진행하는 상식적인 공법과 달랐고, 구조물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면서 예상치 못한 비틀림이 붕괴로 이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해체 작업이 지연되면서,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한 작업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또한 18일 경향신문은 작업 전 구조안전성 검토를 위한 현장실사 시간이 3시간에 불과해, 도면으로만 검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붕괴한 보일러 탑은 준공된 지 40년이 넘어 구조 계산에 필요한 값이 도면과 달라지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일, 오마이뉴스는 2022년~2024년 3년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 명단을 보도했다. 여기에,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작업의 원청과 하청 기업의 이름이 포함됐다. 원청인 (주)에이치제이중공업은 2023년과 2024년, 하청인 코리아카코는 2023년 사망사고가 있었다.
[문화 속 산업 이야기] 한국 산업 현장에도 ‘헤일로’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소방관들이 붕괴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탑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사진제공=소방청)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한국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과정에는 ‘부실했던 안전 절차’가 빠지질 않는다.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았다. 다음 해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공사 진행 속도를 위해 무단으로 공법을 변경하고, 콘크리트 품질 관리가 미흡했으며, 가설 지지대를 조기 철거했다.

도입 당시 사람들의 지탄을 받던 F1 차량의 헤일로는, 이제 ‘천사의 고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천사의 머리 위에 둘러싸인 광휘처럼 드라이버를 감싸 보호한다는 의미다. 안전을 위한 필수 장치가 된 것이다.

우리 산업계에는 이미 헤일로처럼 안전을 위한 여러 안전 절차와 규정이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안전 절차는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추장스러운’ 짐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안전 절차는 비용 절감이나 경영 효율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경영진의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기도 하다. 이제는 안전한 일터를 최우선 가치에 두고, 경영진이 먼저 나서 안전 절차를 현장에 고착해야 한다. ‘기본값’이 돼야 한다. 우리의 가장에게, 배우자에게, 자녀에게 반복되는 비극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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