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제1차 중동붐(Boom)을 통해 한국은 기업들의 해외진출 경험과 외화 획득으로 경제 도약을 견인할 수 있었다. 과거 한국 경제에 훈풍을 안겨준 중동붐이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IIT)은 최근 ‘新중동(Neo-Middle East) 경제 협력 및 수출 확대 방안’ 보고서를 통해 첨단기술,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신(新)중동 바람으로 한국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의하면, 중동의 대표 산유국 협의체인 GCC의 국가들은 지난해 평균 GDP 성장률이 6.5%를 기록했다. 올해는 전세계 평균 성장률인 2.7%보다 높은 3.6%로 코로나19 이후에도 견조한 경제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GCC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지속적인 산업다각화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하면서 한국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디지털 전환 및 스타트업, 스마트시티 등 첨단 인프라, 스마트팜, 소프트파워 활용 소비시장 등의 분야에서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 및 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1월 빈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해당 분야와 관련해 총 26건의 MOU와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약속했다. UAE는 지난달 정상 순방을 통해 16건의 정부 간 MOU를 체결하고, 61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32건의 민간 업무협약 및 계약을 진행했다.
IIT 정책연구실의 송효규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스마트팜 분야의 경우는 올해 상반기부터 바로 협력 내용을 이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업 간 MOU는 빠르게 착수할 수 있겠지만, 정부 간 MOU는 본격적인 협의를 해보자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 측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고유가의 영향으로 GCC 국가들의 재정 상황이 개선되면서 중장기 국가 비전의 실행 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화석연료 산업 중심의 중동 국가들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산업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활동 여건을 개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교통·인프라 및 신도시 프로젝트 등의 분야에 대한 발주 확대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송 연구위원은 “중동에서는 무조건 현지인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아서 지분을 나눠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 외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중동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종교와 문화, 기후 등에 대한 부분을 이해해야 비즈니스를 좀 더 원활하게 이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사우디와 UAE에서 거둔 성과를 이어가려면, 자금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금융 경쟁력 확보와 금융 구조의 고도화, 제도 및 체계 개선 등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동 진출 지원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해 지속적인 소통을 통한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