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서비스로봇 전문기업인 ‘브이디로보틱스’가 14일부터 서울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과 동작역에서 로봇 운영 가능성에 대한 실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9호선 운영사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과 협력해 8월 말까지 이어진다.
이번 실증에서는 안내로봇 ‘케티봇’과 광고로봇 ‘푸두봇 프로’를 투입해 시민 반응과 운영 효과를 측정한다.
본보에서는 21일 현장을 찾아 실증 현황을 확인하고, 브이디로보틱스 관계자를 만나 서비스 로봇 산업의 과제와 전망을 들었다.
노량진역에는 주로 안내로봇이 배치돼 있다. 안전관리실 앞 로봇은 노량진수산시장, 동작 경찰서 등 이용객들이 자주 찾는 장소의 약도를 디스플레이에 띄운다.
승하차 게이트 바깥의 로봇은 에스코트 기능을 제공한다. 로봇의 디스플레이에서 역사 출구나 화장실 등을 선택하면, 로봇이 목적지까지 이동하며 안내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로봇은 승하차 게이트 앞으로 복귀한다.
동작역에서는 두 대의 광고로봇이 9호선과 4호선 사이 환승을 위한 무빙워크 사이를 순환한다. 대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로봇은 경로를 따라 광고를 노출하면서 반복 주행한다. 환승통로를 지나 한 층 위의 9호선 승하차 게이트 앞에는 약도를 제공하는 안내로봇이 하나 배치돼 있다.
2019년 ‘브이디컴퍼너’로 창업한 브이디로보틱스는 중국 ‘푸두 로보틱스’사의 서빙로봇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1세대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최근 사명을 변경했다.
현장에서 만난 브이디로보틱스의 신현일 로봇광고TF 이사는 “‘로보틱스’라는 어두를 통해 ‘로봇 전문 회사’라는 정체성을 강화하고자 했다”라며 “다양한 분야에 서비스 로봇 도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라고 사명 변경 이유를 밝혔다.
이번 실증의 배경으로는 “서울시 메트로 9호선에서 과거 대형마트 판촉로봇 실증 사례를 보고 제안했다”라며 “9호선 1차 개통 구간(김포~신논현역) 중 로봇 운영 적합성과 승객수를 따져, 환승 구간이 길어 로봇 노출에 유리한 동작역과 이용객 수가 많은 노량진역을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푸두로보틱스사의 로봇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인간 친화적, 수용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로봇이기 때문에 로봇 전문가가 아닌 대중의 시선에서 거부감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이사는 “푸두로보틱스는 음성안내, 상호작용, 최근 개발 중인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대화 기능과 더불어, 인간 친화적인 디자인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공공장소를 겨냥해 도입된 로봇들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아닌 ‘애매한’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꼬집으며,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을 배치함과 동시에, 로봇 솔루션 기업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과제”라고 내다봤다.
서비스 로봇의 동향을 두고는 “서빙 로봇은 이제 한풀 꺾였다”라며 “외식업 경기가 안 좋은 탓도 있지만, ‘테이블 오더’ 서비스만으로도 인력 대체가 충분하다는 매장들이 많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로봇이 보편화되려면 솔루션 제공기업, 수요처, 소비자의 ‘수용’이 필요하다”라며 “‘만능 로봇’을 바라면, 서비스 로봇의 보편화는 늦어진다”라고 말했다.
‘피지컬AI(인공지능)’를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두고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로봇의 동작을 하나씩 세팅해 줘야 하고, ‘추론 AI’ 역시 공간 안에서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대로 작동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신현일 이사는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한국 시장을 기준으로 서비스 로봇 솔루션을 개발·제공하고 있는데, 사용하고 있는 로봇이 중국 제조사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사례가 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국내 로봇 제조사 활용 기업 60%, 해외 제조사 활용 기업 40% 정도로, 국내 로봇 제조 역량 증진과 로봇 서비스 개발에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냈다.
국내 로봇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는 반문에는, “이번 실증에 활용한 형태의 로봇을 국내에서 대량으로 제조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라며 “국내 로봇을 사용하고 싶어도, 마땅한 로봇이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한편, 동작역에서 광고로봇을 살펴본 한 시민은 “잘 모르는 길은 헤매기 쉬운데, 로봇이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라며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눈길이 가겠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눈에 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