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AI(인공지능) 인재 유치·유지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기업들에는 과거 반도체 산업 전환기에 돋보였던 ‘사생결단’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카이스트(KAIST) 김재철AI대학원 정송 교수는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AI 시대 R&D 고도화를 위한 인재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지적했다.
‘AI 인재양성 및 고급두뇌 유지·유치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그는 “한국이 일하고 싶은 나라, 비전이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라며 “정부에서 마중물 역할을 해보겠다고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비전이 없고 일자리가 없다면, 인재양성·유치·유지 정책은 일시적으로 끝나고 만다”라며 “AI 인재 양성책의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 상응하는 계획들을 내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몸담은 대학원의 교수진 영입 과정에서 조사한 AI 인재들이 원하는 조건을 소개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조건은 ‘동료 연구자 수준’이었다. 어떤 동료들과 R&D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는 것이다. ‘GPU 개수·데이터양’, ‘연구 자율성과 지속성’, ‘급여 및 정주 조건’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 “고액연봉, 좋은 정주 조건을 제시해 유치한 인재는 유효기간이 끝나면 다시 한국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해석한 그는, “문제의 본질은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해결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이 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정송 교수는 이어 글로벌 AI 인재 동향을 짚었다. 전 세계 머신러닝 연구자 최상위 25인 중 카이스트의 황성주 교수(11위)와 신진우 교수(15위)가 포함돼 있으며, AI 분야 세계 대학 순위에 카이스트가 상위권에 올라가 있다.
이중, 자연어처리와 같은 AI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 대학들이 최상위에 올라와 있으나, AI 응용 분야에서는 중국 대학들이 앞서고 있다.
한국 인재 육성 현황도 살폈다. 7년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AI 대학원 사업’을 추진해 전국 10개 AI 대학원이 조성됐다. 카이스트의 경우 1년에 130명씩 선발·배출하고 있으며, 이를 10개 대학원과 6년이라는 시간을 더하면 현재까지 6천여 명의 AI 인재가 육성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네이버·카카오를 포함해 국내 기업이 채용한 인원은 2~3명에 불과하다.
또한, 카이스트 AI대학원의 박사과정 학생은 연구를 위해 엔비디아(NVIDA)의 H100 그래픽카드 1장을 사용한다. 그런데 미국 박사과정 학생은 H100 급 그래픽카드 1천 장을 이용할 수 있다. 같은 연구결과를 도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천 배만큼 차이 난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정부에서는 그래픽카드를 자꾸 기업에 주려고 하는데, 그들이 사용할 그래픽카드는 기업이 구매해야 한다”라며 “AI 인재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정송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2년 뒤 종료 예정인 ‘AI 대학원 사업’을 계속사업으로 전환 및 지속 ▲국가 보유 GPU의 AI 대학원 우선 배정 ▲AI 인재 병역특례 확대 ▲AI 대학 신설 보류 및 기존 대학·학과의 AI 활용 능력 향상 등을 제언했다.
한편, 이번 정책토론회는 국회미래산업포럼과 국회미래연구원이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