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열처리(후경화) 공정이 필요 없는 식품용 실리콘 소재가 등장했다. 바커(WACKER)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세계 최대 플라스틱·고무 산업 전시회 'K 2025'에서, 바이오메탄올 기반의 신규 액상 실리콘 고무(LSR) 'ELASTOSIL® eco LR 5003'을 공개했다. 이 소재는 별도 열처리 없이도 식품 접촉 기준을 충족시켜, 생산 공정 단축과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ELASTOSIL® eco LR 5003은 기존 액상 실리콘 고무와 달리 후경화(post-curing) 단계가 필요 없어, 생산 공정을 단축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인다. 이 소재로 제작된 성형 부품은 독일 연방위험평가원(BfR)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식품 접촉 제품 규정을 충족한다.
바커는 전시회 부스에서 뮌헨 기반의 에어업(air up®)과 협력해 ELASTOSIL® eco LR 5003을 활용한 물병 마우스피스 제작 공정을 시연했다. 에어업 물병은 ‘후비강 인식(retronasal perception)’ 원리를 이용, 향 포드(flavor pod)만으로 맛을 느끼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바커는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단거리 공급망 모델도 구현했다. 해당 마우스피스의 실리콘은 독일 부르크하우젠 공장에서 생산되며, 오스트리아 탈하임·벨스(Thalheim/Wels)의 RICO가 성형과 금형 제작을, 크렘스뮌스터(Kremsmünster)의 Greiner AG가 최종 조립을 맡는다. 모든 공정은 140km 이내에서 이뤄진다.
바커 측은 “짧은 유럽 내 공급망은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며 “자원 절감형 소재와 지역 생산 네트워크의 결합이 지속가능한 제조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LASTOSIL® eco 제품군은 식물성 바이오메탄올(plant-based biomethanol)을 원료로 사용해 화석 자원 의존도를 줄인다. 해당 제품은 'REDcert2' 표준 인증 공정을 통해 생산되며, 원료에서 최종 제품까지 재생 원료 추적성(traceability)을 확보했다.
ELASTOSIL® eco LR 5003은 높은 유량 특성과 내열성을 갖춰 대형 금형이나 사출성형 등 대량생산 공정에 적합하다. 필요시 후경화를 추가해 강도를 강화할 수도 있으며, 식품용 마우스피스, 빨대, 제빵용 틀, 반죽 스크래퍼 등 다양한 소비재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
바커 관계자는 “ELASTOSIL® eco 시리즈는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넘어, 산업 전반의 생산 효율과 품질 관리 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실질적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