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요꼬가와전기가 자사의 대표 분산 제어 시스템(DCS) 브랜드인 CENTUM의 출시 50주년을 맞아 기존의 자동화(Automation) 단계를 넘어 자율 운영(Autonomous Operation)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미츠히로 야마모토 요꼬가와전기 시스템사업 본부장 겸 디지털 솔루션 본부 책임자는 10일 서울 한국요꼬가와전기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최신 모델인 CENTUM VP Release 7(R7)의 핵심 전략과 기술적 지향점을 상세히 밝혔다.
야마모토 본부장은 지난 50년간 CENTUM을 지탱해온 힘으로 고객과의 공동 창조(Co-creation)를 꼽았다. 그는 CENTUM이 처음부터 단일 표준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석유, 가스, 화학, 발전 등 다양한 현장의 고객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SA18.2 기반 알람 관리, IEC62443 보안 기능, ISASecure 인증, HART 및 Profinet 등 다양한 필드 네트워크 지원은 이러한 현장 중심 설계의 결과물이다.
이번에 공개된 R7은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제어 시스템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DCS가 PID 제어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운전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R7은 AI와 디지털 트윈을 통해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최적의 운영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가 방대한 운전 이력을 분석해 시나리오를 생성하면, 오퍼레이터는 복잡한 태그 조작 없이 이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플랜트를 운영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요꼬가와는 현장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인 AI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랙박스 AI가 아닌 설명 가능한 화이트박스 AI(Whitebox AI)를 도입했다. 이는 AI가 도출한 결과뿐만 아니라, 예측에 영향을 미친 공정 변수와 추론 과정을 운영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하는 기술이다. 야마모토 본부장은 운영자가 AI의 판단 근거를 명확히 인지해야 이를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것이 진정한 자율 운영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야마모토 본부장은 한국 고객들이 시스템 신뢰성과 가용성, 사이버 보안, 엔지니어링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을 요구한다고 평가했다. 화학과 정유, 반도체 등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 자체가 요꼬가와의 기술 역량을 단련시키는 기회가 된다는 설명이다.
연결성과 확장성도 대폭 강화됐다. R7에는 OPC UA 클라이언트 기능이 새롭게 탑재되어 이기종 장비 및 로봇과의 통합 관리가 수월해졌으며, 향후 5G 통신과 클라우드 기반의 원격 운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AI를 활용해 잠재적인 알람 상태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예측 알람 기능도 포함됐다.
야마모토 본부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숙련된 오퍼레이터 부족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자율 운영 기술은 제한된 인력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ENTUM은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