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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미 FTA가 기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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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미 FTA가 기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

수입대항력을 키우는 것이 유일한 해법

기사입력 2006-02-27 14: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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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환율 하락 및 유가 상승 등 국제적 돌발 변수에 대해 국내 기계 산업은 취약한 편이다. 이에 한미 FTA 협상이 개시되면서, 국내 기계 산업의 향후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강화 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작년 12월 15일, 롯데호텔에서는 전경련 주최로 ‘2015년 기계 산업 비전과 발전전략’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는 앞으로 10년 후 국내 기계 산업을 현재 세계 11위에서 5위권내로 진입시키겠다는 야심 찬 내용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빠르면 3년, 늦으면 7년 후에 한국은 전 세계 주요 시장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ing Agreement)를 체결하게 된다. 이는 관세 및 비관세 경제 장벽을 완전 철폐하는 것으로 그 파급효과는 환율하락 및 유가상승 등에 버금가는 국제적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연 국내 기계 산업은 FTA라는 높은 파고에도 불구하고, 10년 뒤 세계 5위권내로 진입할 수 있을까? 많은 궁금증들이 불거지는 가운데, 한미 FTA가 기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한·미FTA가 갖는 정치적 의미
FTA 체결 시 국내 총생산 135억 달러 증가 예상


지난 2월 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ing Agreement) 협상이 시작되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동시다발적 FTA 추진 계획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과거 정부는 FTA 협상에 다소 비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전 세계적 추세에서 뒤쳐진 듯 보였으나, 그에 따른 국가적 위기감이 증폭되자 체결진도를 단기간 내에 만회하고자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한미 FTA 협상 개시 선언은 한국이 세계적 FTA 협상 체결의 주도적 위치로 부상하게 됐다는 것과 현재 진행 중인 동시다발적 FTA 추진 계획이 보다 가속화 됐다는 이중적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미국이 일본,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25개국)을 제치고 한국과 우선적으로 협상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이다. 이는 FTA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전략적 관점에서 고려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희대 정치학과 유현석 교수는 “과거 미국이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이스라엘과 요르단과의 FTA를 체결한 전례를 볼 때, 안보 강화용 카드로 FTA 전략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양국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양국 안보 관계 강화 및 한반도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공청회, ’06년 2월 2일)
즉 한미 FTA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한국의 입장과 역외에 위치한 동아시아와 직접적인 정치 경제적 연계를 가지고 싶어 하는 미국의 입장이 상호 맞물리면서 탄력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미 FTA의 실제 경제 효과에 대한 각 연구기관들이 잇달아 내놓은 낙관적 전망이 한미 FTA 추진 계획의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이홍식 FTA팀장은 한미 FTA가 체결된 후 한국의 실질 국내 총생산은 29~135억 달러가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연간 54~71억 달러가 늘어나고 수입도 96~122억 달러 증가해 대미 무역 흑자는 줄어들지만, 고용은 국내 총생산 증가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10만 4천 명 정도 늘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 가격이 인하되면서,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도 24~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 외 부수적인 효과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상승하면서 그에 따른 해외 직접투자액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기대되는 항목이다.

특히 한미 FTA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관은 전경련이다. 전경련은 1월 16일 보도자료에서 한국 경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의 쟁점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에서 한미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국내외적 분위기는 유현석 교수의 말을 빌려 보면, “FTA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한·미 FTA가 기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


FTA 체결로 인한 수입증가는 확실시

이처럼 한미 FTA는 정치적으로 필수적이며, 경제적으로도 많은 실익이 있어 꼭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은 것은 아니다. 대미 수출 관세가 높은 산업은 혜택을 입겠지만, 그렇지 않은 산업의 경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FTA의 핵심은 무역 장벽을 제거해 경쟁력이 약한 산업에서 높은 산업으로 자원을 이동시켜 국가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취약산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게 된다. FTA는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지만, 그 이익은 국내 비효율 부문의 희생이 없다면 실현될 수 없다. FTA 체결을 바라보는 기계 업계의 표정이 어두운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각 연구기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FTA가 체결된 후 역으로 수입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기계업종을 손꼽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시 대미 100만 달러 이상 수입실적 품목 1781개 중 242개가 관세 철폐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중 기계류가 증기 터빈 부분품, 반도체제조용기기 등 72개 품목으로 특히 많다. (한국무역협회, 한미 FTA 공청회 자료)

주요 언론사들도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내놓은 보도를 보면, “기계류 등 대미 수입 민감 품목은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세계일보, 2월 2일자), “수입이 가장 많이 늘어날 품목은 기계류”(동아일보, 2월 2일자)등 기계업종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거나 암시하는 기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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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주요 연구기관의 FTA팀 연구원들이 내놓은 전망은 다소 예상과 다른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 FTA 연구팀의 정재화 팀장은 “한미 FTA가 기계 분야에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현재 우려되고 있는 품목인 일부 정밀기기 및 의료용 기기의 경우 국내 수급율은 30%에 불과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경련 FTA 연구팀 홍성일 연구원은 더 나아가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지 일부 정밀기기 및 의료용 기기의 경우 타격이 예상되지만, 30%대의 국내 수급율은 유지하면서,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입선만 전환되는 효과가 발생할 확률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요 언론 보도에서 내놓은 예상과 달리, 연구원들의 전망은 다소 여유로운 편이다. 이러한 편차는 아직은 협상이 시작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득실 분석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재화 팀장은 “불똥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고, 향후 돌발적인 변수가 불거지면 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 분위기는 협상 시작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반된 의견들이 혼조하고 있으며, 또한 조심스러운 관망세도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그중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수희 기업연구본부장은 제시하는 마이너스 효과는 주목할 만 하다. 그는 한미 양국간의 기계 업종 평균 관세율은 한국 6.0%, 미국 1.3%로 “FTA 체결로 인한 수입증가는 확실시 된다”며 “국내 산업의 타격의 정도는 국내 당해 산업의 경쟁력”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FTA추진과 산업별 득실분석, 전경련 2006년 1월)

[기획]한·미 FTA가 기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


그러면 우리나라 기계 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발표한 국내 기계 산업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 수준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기계 산업은 결코 FTA의 타격을 감당하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기산진의 2005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기계 부품의 품질경쟁력은 81.3(선진국 100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상대적 경쟁지수), 가격경쟁력은 91.1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산진이 작년 초에 밝혔던 장밋빛 전망을 뒷받침하기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이다.
즉, 기계분야 전체에서는 큰 타격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분야별로 따져보면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FTA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낮은 것이 문제

전체 경제를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기관들이 시장의 전체 이익에 주로 관심을 두는 반면, 기계 분야를 미시적으로 살펴야하는 한국기계산업진흥회의 한기범 동향분석팀장의 고민은 무언가 남다르다. 그는 “이익이 60이고 손해가 40이라면, 결국 20의 이익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그러나 20의 이익을 위해 40의 손해를 모른 척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FTA가 국내 경제의 조정을 필요로 하지만, 그 피해와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수희 기업연구본부장은 경쟁력 강화만이 수입대항력을 키우는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다음과 같은 핵심적 중점사항을 설명했다.
첫째, 기계부품의 모듈화, 시스템화와 부품 소재 전문기업의 규모의 경제 확립을 추진하는 한편, 자동화 설비 확대로 생산공정의 효율화 제고, 조립업체와 부품업체간 효율적인 협력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관리기술을 향상시켜 기술과 기술간 기기와 기기간의 시스템적인 연결을 다루는 엔지니어링 기술 발전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기관의 설치 운영, 전문 인력의 양성과 확보, 업체간 공동 대응 기술자 상호간의 긴밀한 협력과 정보교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일반기계의 경우, 업체간 협력을 통해 네트워크에 의한 기업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처럼 기계분야의 수입대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론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홍보 노력이 1차적으로 필요하지만, FTA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낮은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연구본부장은 “FTA의 효과에 대해 업계가 시민단체들이나 농민들보다 더 무관심하다”며 각자가 개척하고 있는 시장 정보를 정부와 공유하는 등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위원회 제 5차 실무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이에 정재화 FTA연구팀장은 “실제 한미 FTA가 발효되는 시점까지는 분야별로 최대 7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정부와 기업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FTA의 실익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와 업계의 공동 대처 노력이 중요

요즘 FTA에 관련된 최대의 이슈는 역시 가두 투쟁에 나선 농민들과 스크린쿼터 폐지를 둘러싼 영화배우들의 1인 시위일 것이다. 홍콩 등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던 농민들의 가두시위와 스크린 쿼터 폐지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사회적 여론을 움직이는 큰 힘을 발휘한다.
기계 업종은 농민들과 영화계처럼 신속한 대처 능력이 부족하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능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작성한 2005년 기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05년도 수출실적 222억 달러, 흑자만 43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기계 산업은 한국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농업과 영화산업에 비해 기계 산업이 그 중요도에서 결코 부족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2월 13일 오후, 산자부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일반기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T/F팀의 발족 행사가 열린 것이다. T/F팀은 FTA 협상 개시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입대항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업계의 공동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체 노력이 없다면, 경쟁력 강화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정부와 업계가 빠르면 3년 안에 체결되는 FTA에 대비한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다아라 김현도 기자(graphy@da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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