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 산업단지, 또다시 표류
주민들 "18년이나 기다렸는데"… 조기 착공 요구
“꼼수인가, 합리적 대안인가?”
18년에 걸친 착공지연으로 원성을 사온 충남 서천 장항국가산업단지 문제가 1일 다시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월 초로 예정됐던 정부 결정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조기 착공을 고대하던 주민들에게 난데없는 환경부의 대안사업 발표로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그동안 장항산단 조성에 제동을 걸어왔던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이치범 장관이 직접 나서 대안을 제시했다. 산업단지 백지화를 의중에 둔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실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메니티(친환경) 서천 2020프로젝트’로 명명된 대안은 ▲국립생태원 조성(30만평·3400억원) ▲해양생태자원관 건립(10만평·1000억원) ▲광역교통망 구축(1500억원) ▲에코벤처 및 에코시티 조성(100만평·민자유치) 등이 주 내용이다.
이 가운데 국립생태원은 갯벌 등 자연환경을 되살리면서 영국 코넬지역의 ‘에덴 프로젝트’를 모델로 한 대규모 인공생태계 조성 사업이 포함됐다. 높이 60m, 폭 150m 규모의 돔을 만들어 열대우림이나 사막기후에 맞는 생태계를 재현, 관광과 함께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연구기능을 수행한다는 청사진이다.
해양생태자원관이나 광역교통망 건설도 시행부처인 해양수산부·건설교통부와 이미 합의가 끝났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또 올해 하반기까지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 등의 절차를 마치고 범정부 차원에서 내년도 예산에 사업비를 확보, 2008년 상반기에는 착공이 가능하다는 일정도 공개했다.
이호중 환경평가과장은 “장항산단을 조성해도 분양가가 평당 66만원에 달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어메니티 2020은 환경은 물론 관광객 유치 등 지역경제를 살릴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충남도와 서천군, 장항산단 비상대책위 등 주민단체들은 그러나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 모두를 고려하지 않은 졸속 대안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적자가 뻔한 대안으로 서천을 살리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며 “‘선 착공 후 환경보완’이 전제되지 않은 어떤 대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경제 비상대책위원장은 “주무부처도 아닌 환경부가 여론을 떠보고 주민 반발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라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때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던 서천군도 반대입장으로 돌아섰다. 나소열 군수는 “환경부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사업 규모와 현실성, 예산확보 대책, 제도적인 장치 등의 확실성이 결여돼 있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된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대안을 마련했고, 관련 부처 간 협의 등 내부적으로 이미 이행 보증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졸속이라는 주장은 억울하다”며 “국무조정실의 요청에 의해 앞으로 사업 주무부처가 될 환경부가 내용을 발표한 것이므로 대안 사업은 정부 전체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충남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국무조정실과 건교부 문의 결과 환경부와 대안 사업을 합의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가 약속한 결정 시한을 연장하면서 여론 떠보기를 멈추지 않을 경우 해결책은 멀어지고 18년 동안 참아온 지역민의 상처만 커지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