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역 AI 가금류 살처분 구멍 '숭숭'
…매몰장소 100m 옆 닭 버젓이 사육
서울시가 서울 전 지역의 가금류 살 처분했다며 부산을 떨었지만 시내 곳곳의 주말농장 등지에서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버젓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CBS 취재 결과 드러났다.
13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오전 조류독감 의심 가금류 수백 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이뤄진 서울 구로구 항동의 한 주말농장 공터. 이 살처분 매몰 장소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가금류 2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에 사는 김모(58)씨는 "철망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개만 키우고 있는 줄 알았지 닭을 기른다는 것은 듣지도 못했다"며 "동 사무소 직원이 다녀갔지만 파악조차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이른바 '댓골' 인근의 상황도 마찬가지. 양천구청은 지난 8일 반상회를 통해 지역 내 270여 마리 가금류의 전수 조사를 한 뒤 12일 살처분을 모두 마쳤다고 밝혔지만 등산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토종닭 30여 마리가 우리 안에서 버젓이 사육되고 있었다.
그만큼 서울시가 실시한 전수 조사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드러냈다.
◈ 서울시 '이미 살처분 완료?'…매몰 장소 부랴부랴 확보
12일 서울시는 서둘러 서울 전역의 가금류 살처분을 끝냈다고 밝혔지만 일부 구에서는 살처분 된 가금류의 매몰 장소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등 살처분 과정에서도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전수 조사 결과 살처분 대상 가금류가 132마리로 집계됐다. 그러나 3일 간의 연휴로 처분 대상 130여 마리 중60여 마리의 소유자와 연락이 두절돼 70여 마리 가금류만 수거할 수 있었다.
또한 매몰장소도 뒤늦게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영등포 지역에는 산도 없고 살처분한 가금류를 묻을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라면서 "서울시가 이미 예방적 살처분이 완료됐다고 발표한 오전 11시 가까이 되어서야 매몰 장소를 확보하고 오후 2시 반쯤 매몰을 마쳤다"라고 밝혔다.
12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서울 전 지역의 가금류 1만5천여 마리에 대한 처분, 매몰 조치를 마쳤다는 서울시의 발표도 사실과는 달랐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낮 12시가 넘어서, 강남구에서는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각각 가금류 200여 마리와 400여 마리에 대한 매몰 조치가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 허술한 방역 체계
정부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려있는 실상이 이번 AI 사태를 계기로 그대로 드러나게 되면서 정부는 허술한 방역시스템과 서투른 초기대응에 따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방역당국은 전북 김제에서 최초 AI가 터졌을 때만 하더라도 추가 발생 상황을 지켜보다 살처분 범위를 3Km로 넓히며 안이한 대응을 해왔다.
AI의 전국 창궐로 장기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AI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내내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 'AI 공포'는 이제 "전국구"
AI는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호남과 충남, 영남, 강원도 등 전국 모든 지역에서 창궐하고 있으며 서울과 대구, 부산 등 대도시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전북 김제에서 AI가 발병한 이후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경우는 모두 37건으로 첫 발병 이후 한 달 동안 전국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 서울과 부산까지…AI 비상
12일 서울시는 광진구에 이어 송파구 장지 문정지구에서도 AI 양성 반응이 나오자 이 일대를 비롯한 25개 자치구의 조류 1만5천마리에 대한 대대적인 살처분 작업을 벌였다.
부산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왔던 강서구 농장의 오리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됐던 것으로 최종 판명되면서 반경 3km 내 닭과 오리에 대한 긴급 살처분 작업이 벌어졌다. 부산에서 AI 의심사례가 접수된 적은 있었지만 고병원성인 것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전국에서 닭과 오리에 대한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살처분 보상금만 55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 손실도 엄청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