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핵심전산망 구멍…미국인 해커, 상호저축은행 해킹
20만弗 요구하다 잡혀…무선 인터넷으로 시중銀 해킹 시도한 일당도 적발
상호저축은행 전산망을 해킹해 시스템을 교란한 뒤 은행측에 거액을 요구한 미국인 해커가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에서 금융기관이 해킹당한 것은 처음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또 무선인터넷으로 시중은행을 해킹하려던 시도도 처음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5일 수도권 지역 M상호저축은행 전산망을 해킹하고 20만 달러를 요구한 혐의로 미국인 J씨(24)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J씨는 지난 4월 말 M상호저축은행 대출정보 관리시스템을 해킹해 고객정보 파일에 암호를 걸어 은행측이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후 J씨는 은행 내부 전산망 관리화면에 "20만 달러를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면 암호화시킨 자료를 풀어주겠다. 안 그러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글을 올리고, 해킹을 통해 확보한 직원 160명의 휴대폰으로도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해킹당한 M저축은행은 고객 3만 명, 수신고가 1조원 안팎이다.
경찰 관계자는 "제3자가 특정 고객의 인터넷 뱅킹 정보를 알아낸 뒤 예금을 인출한 사례는 있었지만 금융기관 전산망이 뚫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J씨는 미국서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003년 취업비자로 입국했으나,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도 이날 무선인터넷으로 시중은행 2곳의 내부전산망에 접속하려한 혐의로 이모(51)씨 등 일당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새벽 1시50분쯤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과 하나은행 전산센터 부근 차량에서 무선랜이 설치된 노트북과 안테나를 이용해 12차례에 걸쳐 해당 은행 전산망에 접속하려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은행 무선공유기로부터 고객과 은행 사이에 오간 통신정보를 수집한 뒤, 그 가운데서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관리자 ID를 알아내려 했다. 이들은 그러나 암호가 걸려 있는 관리자 ID는 찾지 못하고 다른 아이디로 접속을 시도하다 실패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관리자 ID를 알아낸 뒤 중국으로 가 인터넷으로 해당 은행의 고객정보를 빼낼 계획이었다"며 "계좌정보까지 손에 넣을 경우는 예금 인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