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 자율주행 산업이 스타트업 중심 개발 체제에 머무는 사이, 미국과 중국 등 선도국의 기업들은 연간 수조 원대 투자를 통해 격차를 벌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직접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지자체별 실증 사업도 소규모 차량 운영에 그쳐 상용화에 필요한 데이터 축적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정광복 단장은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피지컬 AI 시대, 자율주행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국내 자율주행 산업계가 마주한 과제를 점검했다.
정 단장은 글로벌 자율주행 정책 동향을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웨이모가 로봇택시 서비스를 확대하며 대도시 중심의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도로 실증 데이터를 수집하며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무인택시뿐만 아니라 호텔 로봇 룸서비스처럼 일상 영역에 자율주행·로봇 기술이 확산됐다. 우한시의 경우 코로나19 시기 도입된 무인 택시가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한국은 독일, 일본과 함께 기술 상용화보다는 제도 안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독일은 레벨 4 자율주행 정식 운행 규정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고, 일본은 고령화에 대응해 대중교통과 화물 운송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대기업의 움직임이 주춤하는 가운데, 공공서비스 중심의 정부 주도 투자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광복 단장은 자율주행 기술이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짚었다. 웨이모나 바이두처럼 로봇택시를 운영하는 서비스·플랫폼 진영은 ‘레벨4 무인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들은 사고 발생 시 책임이 운영사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센서와 고정밀 지도를 활용해 안전성 확보를 극대화하고 있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완성차·제조사 진영은 ‘레벨2+ 및 DCAS(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레벨4 이상 수준에 근접했지만 레벨3 이상부터는 운영사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때문에 레벨2~레벨2+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 대법원에서 테슬라의 FSD 작동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테슬라가 3분의 1만큼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정 단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글로벌 자율주행기술 종합 순위를 짚으며 “2023년과 2024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자율주행 실증 사업에서 대거 철수했으며, 이후 웨이모와 같은 자율주행 기업들에 차량을 공급하는 파트너십이 형성됐다”라며 “그러다 DCAS 제도 도입과 센서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부터 완성차 기업들의 재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후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이하 사업단)을 중심으로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동향을 소개했다. 사업단은 2021년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경찰청 4개 부처가 함께 출범해 국가 차원의 자율주행 R&D를 총괄해 왔다.
사업단에서는 ▲차량융합신기술 ▲ICT융합신기술 ▲교통서비스융합신기술 ▲자율주행서비스 ▲자율주행 생태계 5대 분야로 나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총 167.5km 구간을 대상으로 82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부터 버스, 도시 환경 관리, 인프라 긴급복구 지원, 긴급차량 통행 지원 등 8개 자율주행 공공 서비스를 80대 차량 규모로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광주광역시에서는 국토교통부 주도로 올해부터 3년간 차량 200대 규모의 도시 대상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정광복 단장은 “그동안 지자체 실증은 버스 1대, 차량 2대처럼 소규모로 진행돼 모델링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는데, 이번 실증 도시를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 축적이 기대된다”라면서도 “다만 하드웨어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모델링과 데이터 분야 예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자율주행 산업의 강점과 기회로 완성차 제조 역량과 반도체 기술력, 협력주행을 위한 통신 인프라 경쟁력을 제시했다.
약점과 위협으로는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 참여하는 현대자동차가 엔비디아(NVIDIA)에 기술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해외 선도 기업들의 국내 진출 움직임을 지목했다.
정광복 단장은 “사업단은 2027년 마무리되지만, 이후 국내 확산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추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과 카카오모빌리티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서울특별시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