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있던 초등생 끌고가 살해왜?…대구 납치사건 의문투성이
2주 만에 2㎞ 떨어진 계곡서 시신 발견
지난달 30일 대구 달성군 유가면 자신의 집에서 정체불명의 남자 2명(추정)에게 납치된 허은정(11·초등 6년)양이 피랍 2주 만인 12일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구 달성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쯤 허양의 집에서 2㎞가량 떨어진 유가면 봉리 속칭 용박골 8부 능선에서 옷이 모두 벗겨진 허양 시신을 찾아냈다. 허양의 시신은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계곡 주변에 버려져 있었다. 허양의 상·하의와 속옷 등은 시신과 3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13일 부검을 실시, 사인과 성폭행 여부를 밝히기로 했다. 시신의 부패 상태로 미뤄 허양은 납치 직후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허양의 자택에서 반경 5㎞ 지역에 걸쳐 전·의경 5개 중대 500여 명과 헬기 1대, 수색견 6마리를 투입해 수색한 끝에 시신을 찾아냈다.
◇집에서 자다가 납치
수사 관계자는 “납치 동기와 경위 등 사건 발생 과정이 미스터리에 싸여 있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오전 4시10분쯤에 일어났다. 허양의 할아버지(72) 집에 괴한들이 침입, 허씨를 깨워 앉힌 뒤 “당신은 죽도록 맞아야 돼”라며 얼굴을 마구 때렸다.
옆방에서 자던 허양의 동생(10·초등 4년)은 “개 짖는 소리, 옆방에서 뭔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뒤 언니가 큰방으로 건너갔다”고 진술했다. 동생에 따르면 허양은 “이러지 마세요”라며 범인들을 말렸다. 겁이 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동생은 잠시 뒤 집안이 조용해지자 큰방으로 건너가 쓰러져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언니는 사라지고 없었다. 동생은 이웃을 통해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할아버지 허씨가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는 바람에 수사에 혼선을 겪기도 했다. 허씨는 “내가 아는 사람이다” “범인이 50대 1명이다” “30대 2명이다” 등 진술을 몇 차례나 번복했다.
◇우발적 납치? 계획적 납치?
경찰은 일단 금품을 노린 납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금품을 노린 납치라고 할 만큼 허양의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허양의 부모는 외지에서 따로 살고 있으며 할아버지 허씨는 월세 5만원짜리 방 두 칸에서 손녀와 살고 있다. 실제로 납치 이후 범인으로부터 금품을 요구하는 전화는 단 한 통도 걸려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허씨와의 개인적 원한 관계를 가진 범인이 허양을 납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펴 왔다. 대구지방경찰청 권혁우 강력계장은 “허씨와 원한 관계에 있던 괴한이 허씨를 폭행한 뒤 목격자인 허양을 우발적으로 끌고 가 살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옷이 벗겨진 채 허양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범인들이 성폭행을 위해 끌고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키가 1m58㎝에 초등학생 치고는 체구가 큰 편인 허양이 별다른 반항 없이 끌려갔다는 점도 의문이다. 동생은 납치 당시 언니의 반항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