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경매 최고가 99억원 낙찰 작품 ‘철화용문항아리’ 그대로 재현, 전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씨와 22년간 도공작업. 한일상 도공 앞에는 이러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러나 명성있는 그의 수식어와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호(號)인 소민(小民)은 자신을 낮추라는 의미다.
조선백자도시로 유명한 경기도 광주. 광주시 초월면 도평리 마을에 조용히 자리잡은 ‘도평요’. 그 곳을 이끌고 있는 소민 한일상 도공을 만났다. 조선백자작품이 가득한 전시실과 작품을 만드는 작업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집이 평온하게 어우러져 있는 공간. 그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한 아들의 아버지로서, 도공으로서 그리고 골프매니아로서 인간 한일상의 인생 극장이 펼쳐진다.
타고난 손재주
한일상 도공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로 동네에 소문이 났었다. 어린 그의 꿈은 영화 간판을 그리는 일이었다. 지금은 영화간판을 보기 힘들지만 그 당시 그렇게 대단하고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의 꿈은 지금까지 도공으로서 살수 있도록 인도해 주었던 하나의 지표가 되었다. 그의 재능은 요리사였던 아버지와 도예를 전공하고 있는 그의 아들만 보더라도 3대 째 손재주가 되물림 되고 있다.
한일상 도공은 조각과 그림이 전공이긴 하지만 도자기를 빚지 않을 뿐이지 조각과 그림을 비롯해 유약처리와 가마에 굽는 과정 까지 직접 도맡아서 한다. 마침 한일상씨 외아들이 도예과를 전공해서 앞으로 도자기 빚는 일을 할 계획이란다. 현재 아들은 군대에 있어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다. 머지않아 아들이 빚은 도자기 위에 아버지가 조각하고 그림을 그리는 두 부자(父子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완벽에의 충동
“사람도 그렇잖아요. 너무 이쁘고 잘생긴 사람도 자꾸보면 질리는데 처음에는 잘 눈에 띄지 않다가도 보면 볼수록 매력있고 정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작품도 마찬가지에요. 욕심을 너무 부려서 완벽하게 그린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도 작품 앞에만 서면...... 그래서 혹자는 제가 만든 도자기를 보고 일본 작품 같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좋은 의미는 아니죠.”라고 말하는 도공 한일상은 완벽에 가까운 듯 하지만 뭔가 부족한 듯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중심을 잡고 도자기 작품에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한일상씨의 도예작품 속에는 용 그리고 각종 새, 잉어,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나무를 좋아한다. 붉은 색(진사)를 표현할 수 있어 적송을 그릴 수 있는 소나무. 그는 진사에 남다른 연구와 관심이 있어 진사제작에 필요한 재료도 직접 구입해서 색을 창조해낸다. 그리고 조선500년 도자기를 이어가기 위해 모조품이 아닌 또 다른 명품을 만들어 내는 한일상씨는 세계도자기 비엔날레, 도자기 엑스포, 지역축제 등을 통해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데도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
쉰을 넘기기 전에는 한 번 작품 활동에 빠지면 밤을 새가면서 작업에 몰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는 그는 생활은 전보다 나아지고 여유로워졌지만 좋은 작품은 오히려 배고픈 시절을 겪었을 때 많이 나왔다며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발전을 모색 중이다.
골프와의 재회, 인생의 전환점을 맞다
“골프를 치기 전에는 돈 좀 있고 시간이 남아도는 그런 부자들이나 치는 사치 운동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좁았어요.”라며, 그의 골프예찬론이 계속되었다.
“막상 골프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잖아요. 그 분들을 만나다 보니 뭔가 틀리더라고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배울 점도 많고 무엇보다 그 분들이 골프를 하는 목적에는 건강을 위한 것도 있잖아요. 그게 결국은 서로에게 좋고 또 저를 위한 것이니까요.”
운동광인 한일상씨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오랫동안 수영과 헬스를 해왔다. 요즘에는 새벽에 헬스를 하고 저녁에는 식사를 끝마치고 곧장 스크린 골프장에 가서 골프 연습을 한다. 덕분에 몸무게가 3kg이상이 빠지고 허리도 2인치나 줄었다.
“헬스와 골프는 전혀 맞지 않는 다른 운동입니다. 헬스는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는 운동이지만 골프는 몸에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되죠. 그런데 도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릴 때도 팔에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도자기와 골프는 리듬입니다. 즉 힘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골프라는 운동과 도자기 작업은 닮은 점이 있죠. 그래서 제가 더욱 골프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넓은 필드에 나가 자연을 벗 삼아 운동하는 것이 좋아서 골프를 즐겼다. 하지만 자꾸 욕심이 생긴다. 없던 승부욕까지 생겨 어느 새 스코어가 스트레스가 되어버리기도 했을 정도.
“골프라는 운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눈치를 봐야합니다. 다시 말해 남을 배려해야하는 운동이죠. 제 급한 성격도 골프를 통해 많이 여유로워졌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로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 잘났다고 살아가는 세상이 아닙니다.” 필드에 나가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고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다는 한일상 도공. 도자기 작업과 골프 연습이라는 두 가지 일에 삶의 균형을 맞춰나가려 한다.
나의 꿈, 나의 미래
2008년 새해 소망은 역시 골프와 작품 활동에 열중하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 계획 중인 것은 2009년에는 개인전을 꼭 한 번 열어보는 것이다. 언젠가 ‘도평요’는 아들에게 가업을 잇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여생은 여행을 다니고 골프를 치면서 살고 싶다. 언젠가 퍼블릭 골프장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연세 지긋하신 노인 4분이서 골프를 치러 온 것을 본적이 있는데,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대화하고 여유롭게 삶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도자기 작품을 보면 섬세하고 꼼꼼하며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취미생활로 하는 골프도 그냥 하지 않는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연습장에서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골프 전문 TV 프로그램도 빼놓지 않고 꼭 챙겨본다. 소민 한일상, 그는 더 나은 삶을 향해 더 나은 자신을 위해 깎고 새기며 다듬어 가는 과정 속에 살고 있다.
문의·도평요 031-765-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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