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스테이트 파크 블랙코스(파70 · 7445야드)에서 세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 오픈이 그 베일을 벗어 던졌다. 경기 내내 쏟아진 폭우에서부터 시작해 예상치 못한 이변이 끝없이 속출했던 US오픈! 단 한 명에게도 관대하지 않았던 블랙 코스의 하늘은, 그래도 단 한 명에게 우승컵을 허락했다.
올해로 109번째를 맞은 US오픈이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골프장 중 가장 난코스로 악명 높은 베스페이지 스테이트 파크 블랙코스에서 막을 올렸다. 그러나 첫 라운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경기는 대회 내내 선수들을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한 순간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첫 라운드부터 쏟아진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고 지연되는가 하면 3, 4라운드를 함께 치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6월 초, 메모리얼 토너먼트 우승에 빛나는 타이거 우즈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올해 US 오픈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그 뒤를 바짝 뒤쫓는 필 미켈슨과 어니 엘스 그리고 스포츠베팅 전문사이트 포인트 스트레즈가 선정한 우승 후보자 앤서니 김,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로서 급부상한 다크호스 앙겔 카블레라 등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총 상금 750만 달러의 올해 US 오픈은 모두의 관심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악천후가 겹친 블랙 코스는, 선수들과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를 통보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US오픈의 최정상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세계 랭킹 1위인 타이거 우즈는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US 오픈 우승의 영예를 세 번 안았다.(2008년, 2002년, 2000년) 천재적인 플레이로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그를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우즈는 지난해 마스터스를 마친 시점에서 무릎 수술을 하며 US 오픈의 참가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등 불투명한 상황을 연출했었고, 이는 우즈의 실력이 수술로 인해 예전만 못하지 않겠느냔 섣부른 예상을 낳기도 했었다. 그러나 보란 듯 2008 US 오픈 우승컵을 거머쥐며 부상도 그의 포효 앞에 아무런 이유가 될 수 없음을 증명했었다.
하지만 그 후 우즈는 재수술을 받고, 8개월간의 공백기를 가진다.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그의 플레이가 예전만 못했던 것은 사실. 드라이브 비거리가 줄었고 스윙 폼도 변했으며, ‘송곳’ 퍼트도 많이 흔들렸다. 그래서 올 시즌 재활에서 돌아온 우즈가 지난 3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에도 그를 두려워하던 이전에 분위기가 돌아오진 않는 듯 보였다. 오히려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지난달 8일 끝난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모든 경쟁자들을 입 다물게 만들었다. 우즈는 강인한 정신력과 빈틈없는 플레이를 바탕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고, ‘역시 우즈다’라는 찬사가 뒤따르며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올해 US 오픈의 영예 역시 그에게 돌아가리라 점쳐지는 분위기에 모자람은 없어 보였다.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네’
US 오픈은 전통적으로 길고 질긴 러프와 빠른 그린, 긴 전장으로 유명하다. 올해 대회가 개최된 베스페이지 스테이트 파크 블랙코스 역시 7445야드를 자랑하는 긴 코스와 18개 홀 가운데 8개 홀이 블라인드 홀로 힘든 경기가 되리라는 걸 예고했다. 티박스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벙커밭과 그린을 둘러싸고 있는 그린벙커들, 길고 질긴 페어웨이 전장의 러프는 선수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코스의 자랑이다. 이로 인해 드라이브 샷을 어떤 방향으로 어느 지점에 떨어뜨리느냐 하는 문제는 이 대회 우승을 쥐고 있는 관건이었다.
그러나 어려움은 코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US 오픈 첫 날, 단 한 명도 경기를 못 마치는 결과가 벌어졌다. 원인은 미친 듯 쏟아지는 폭우. 긴 코스에 폭우까지 더해져 올 시즌 US 오픈이 체력과 집중력의 싸움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출전 선수 156명 중에 절반이 티오프를 하지 못했고, 첫 조 선수들은 11번 홀에서 경기를 중단해야만 했다. 다음 라운드에서 더 많은 홀을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컨디션 조절은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비는 2라운드에서도 계속 되었고, 가중된 홀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은 마지막 날까지 이어져, 결국 26년 만에 5일 간 경기를 하는 이변을 낳았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더니…
이에 US오픈 2연패를 노리던 우즈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비와 갑자기 느려진 그린에 플레이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3라운드 공동34위로 뒤처져있던 우즈는 마지막 날, 최종합계 이븐파 280타로 공동 6위로 경기를 마쳤다. 매번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보여준 우즈가 또 한 번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결국 벌어진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우승컵을 포옹하는데 실패했다.
한편, 준우승은 필 미켈슨과 데이비드 듀발에게 돌아갔다. 필 미켈슨은 US 오픈에서 다 잡은 우승을 놓친 경험이 올해까지 포함하면 다섯 번이다. 더군다나 암과 싸우고 있는 아내 에이미를 간호하기 위해 ‘잠정적 대회 출전 연기’란 결정을 내렸던 것을 뒤로 하고, 에이미에게 우승컵을 선물하겠다는 의지로 참가했던 필 미켈슨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어떤 선수에겐 넘치는 행운이, 또 어떤 선수에겐 아쉬움과 허탈함을 선사했던 제109회 US 오픈은 각가지 이변을 토해내며 다음 해를 기약했다.
PHOTO FURNISH·나이키골프코리아
골프데일리(http://www.golf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제공 산업일보 제휴사 골프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