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중국은 향후 생산입지나 시장 면에서 점점 더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는 한중 양국간 국제분업 관계 재정립을 강요와 새로운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사회안정 문제는 중국 사회의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경제와 관련한 연구발표를 통해 중국의 기회 요인으로는, 성장률이 한 단계 떨어지지만 시장확대가 예상되고, 비(非) 임금 코스트 요인들을 감안할 때 입지 매력이 유지될 수 있으며, 지역별 전략을 잘 선택하면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국정의 청사진을 ‘5개년 규획’에 담는다. 올해에 11차 규획이 끝나고, 내년에는 12차 규획이 시작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 중국의 미래를 가늠해 보려면 모름지기 이 규획
부터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12차 5개년 규획, 즉 ‘12·5규획’의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작년 9월 지방정부와 정부 부처별로 계획안 작성이 시작됐으며, 지금은 국무원이 부처 및 지역별 계획안을 바탕으로 전국 계획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무원 계획안은 올 가을 열리는 중국공산당 17기 5중전회(五中全會)에서 논의, 확정된 뒤, 2011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 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심의, 비준을 거쳐 실행될 예정이다.
12·5규획의 예측가능성은 과거 어느 규획보다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극적인 형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중국 경제 및 사회 구조의 개혁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중국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도 이렇다 할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개혁의 방식과 속도인데, 과거 규획의 입안 및 추진 과정을 돌아보면, 대체로 규획 실행 과정에서 정치적 타산과 절충으로 결정되며, 정치세력들의 세력 판도 변화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경향이 있다.
11·5규획에 대한 평가
11·5규획은 20여년에 걸친 개혁개방의 성과 및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그 후유증에 대한 전면대응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11·5규획이 경제성장 목표(경제성장률과 1인당 GDP) 이외에 경제구조 조정과 환경, 사회 방면의 목표를 상호대등한 정책목표로 제시한 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표 1> 참조). 과거의 ‘계획’들도 경제성장이외에 산업구조 불합리, 소득분배 악화 등 경제와 사회 방면의 구조적 문제점 해결을 목표로 삼은 바 있다. 10.5계획에서는 생태환경 악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표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11·5규획에 비하면, 세 방면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과거 계획들의 인식과 처방은 단편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인식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던 것이다. 11·5규획에 와서야 비로소 경제, 사회, 환경 등 세방면의 구조적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시기적 긴박성에 바탕해 명확한 논리와 현실성을 획득하게 된다.
자본집약적인 공업투자 중심의 생산구조가 고착화된 것이 중국 경제 및 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구조적 문제들의 핵심이라는 것이 11·5규획의 문제의식이다. 동아시아 외환위기(1997년)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년 말)을 계기로 1990년대말~2000년대 초에 고착화된 이러한 생산구조는 에너지와자원의 대량 소모를 통해 환경문제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중화학공업화 주도의 성장방식에 대한 찬반논쟁, 즉 그것이 지속적인 고용창출 과
제와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인 와중에 규획이 입안되다 보니, ‘선진 제조업 발전’, ‘산업기술 수준 제고’, ‘서비스업 발전’ 같은 추상적이고 중립적인 과제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미 고착화된 생
산구조와 산업구조에서의 변화는 애초부터 기대난망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상황이 중국측에겐 무역흑자, 대외자산 증가 등 손해 볼 것 없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정책 담당자들이 기왕의 경제구조나 생산모델을 굳이 변경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경제구조 전환에서 정면승부수를 띄우지 못한 채, 행정적 강제를 동원한 환경과 사회 분야의 구속성 지표들에 대해서는 일부 목표를 달성한 것이 11·5규획의 한계였다.
12·5규획의 정책방향
11·5규획의 공과를 돌아볼 때, 12·5규획의 초점은 경제구조 조정에 맞춰질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구조 조정은 일찍이 9.5규획 때부터 의사일정에 올려졌으나, 실제성과는 미미했다. 돌이켜 보면, 현재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들은 9.5계획 기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문제로 인식되지 못했다. 10.5계획 기간에 들어 비로소 인식이 생겨났으나, 문제의 추세는 더욱 빠르게 악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1·5규획 기간에 들어서야 구조적 문제점들이 상호연관성 속에서 종합적으로 파악됨으로써, 본격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과단성 있는 정책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때마침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구조조정 과제가 경기부양의 긴박한 과제에 의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남으로써 전반적인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좋게 보면, 더 이상의 추세 악화를 막는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12·5규획 기간에는 마침내 이 추세의 방향을 바꾸는 시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적 문제점들이 지속가능한 성장, 즉 ‘자원 이용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수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구조 조정 : 내수 비중 확대, 도시화, 지역균형개발
내수 비중, 특히 소비 비중 확대는 중국 경제구조 전환의 핵심이다. 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해외수요에 의존한 성장의 불안정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과거 개혁개방 시기나 동아시아 외환위기 시기에 해외시장은 국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완충 역할을 해왔는데, 이젠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안정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변한 것이다.
한편 기본방향에 대해 논란이 있으나 지방도시 중심의 성진화(城鎭化)와 대도시 중심의 성시화(城市化) 등 두 가지가 함께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지역간 균형발전에 대한 니즈와 도시 개발의 효율성에 강조점을 둔다. 도시화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호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잠재적 이촌향도 수요를 감안할 때, 호구제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자칫 도시유지 비용을 끌어올리고 사회불안을 자초할 수도 있다.
산업구조 고도화 : 산업경쟁력 향상, 대외통상 실리주의
12·5규획의 산업정책은 ‘전략성 신흥산업’ 육성과 생산능력 과잉 산업에 대한 규제로 특징지워진다. 과대팽창한 낙후산업의 비중을 줄이고 잠재력 큰 신생산업의 비중은 늘려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은 발전잠재력이 막대한 전인미답의 신흥산업에서 한 발 앞서나감으로써, 선진국 따라잡기를 넘어 선진국 추월을 감행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이다. 하지만 신에너지, 녹색산업, 전기자동차, 신재료, 신의약, 생물육종, 정보네트워크 등 후보 산업들의 면면을 보면, 아직 전세계적으로 시장이 본격 형성되었다고 말하기 힘든 산업들이다. 수익 및 고용 창출 등 여러 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현재 내심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기존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국내 각 산업 간의 연관성 확보다. 어느덧 중국 기업들 역시 외국기업들의 협력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회안정 : 소득불평등 해소, 정치 및 행정 개혁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4년 0.469로 이미 사회불안이 우려되는 수준에 도달했고 계속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불평등은 계층간, 도농간 및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협하고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가일층 전개될 것이다.
12·5규획 입안과정에서 중국 정부 내 논의는 이제야말로 실질적인 성과를 낼수 있는 정책 수단을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로 세제 개편과 국유기업 배당금 활용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일부 지역의 과열을 제어하기 위한 국지적인 투기억제책의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및 행정개혁은 사회안정의 요체이자, 구조 전환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기반의 의미가 있다. 중앙정부는 특히 부패와 경제과열의 온상 역할을 한 지방정부를 통제하고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료_이철용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