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인재(Creative Class)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제조업 창의인재 비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창조경제 실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고 이를 견인하는 업종이 제조업이라는 점과 향후 우리나라 먹거리를 창의인재와 관련성이 많은 정보통신기술(ICT)산업 등에서 찾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창조경제를 끌어갈 핵심 산업은 문화나 예술 관련 산업처럼 협의적 창조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주력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부문에 창의성을 접목하고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는 ‘창의융합산업’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데 있다.
창의융합산업은 산업 활동에서 창의적 인력의 투입 비중이 높고 제품 및 기술 간 융합을 활성화하는 기반기술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여기에 수반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창의적 인력의 투입정도다.
창의인재는 창의핵심인력, 창의전문 인력, 문화예술 인력으로 구성된다. 창의핵심인력은 새로운 아이디어, 콘텐츠, 기술 등을 직접 만들어 내는 집단으로서 과학자, 건축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대학교수 등이다. 창의전문 인력은 복잡한 지식체계를 활용해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는 집단들로서 경영 및 행정 관리자, 금융재정 분석가, 법률전문가 등을 말한다. 문화예술 인력은 문화와 예술분야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의료·정밀·광학기기·전기·장비 창의인재 급성장
산업연구원은 최근 창의인재 중 창의핵심인력은 2000년 12.6%에서 2010년 14.8%로, 문화 예술 인력은 1.2%에서 2.0%로 소폭 늘어난 반면, 창의전문 인력은 8.5%에서 5.5%로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경영 및 행정 전문가 및 관리자로 구성돼 있는 창의전문 인력의 급감은 지식기반경제의 확산과 ICT기술의 보급 확대 등으로 단순기능 관리자그룹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산업연구원(KIET, 김도훈 원장)은 ‘창의계층의 산업별·지역별 추이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전체 창의인재 비중은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으며, 창의전문 인력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체 창의인재는 2010년 493만 명으로 총 종사자의 22.2%, 총 인구 대비로는 10.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30~37%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지난 10년간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별 총 종사자수에서 창의인재가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서비스업은 2000년 27.3%에서 2010년 27.0%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제조업의 경우는 20.2%에서 12.6%로 급감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제조업의 생산과정 자동화 등을 통해 일부 관리자그룹이 상당수 줄어든 것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제조업 전체 종사자수의 감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창의인재가 줄어든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밝혔다.
제조업 총 종사자수는 2000~2010년간 392만 명에서 390만 명으로 0.6%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창의인재는 79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30만 명(-37.8%)이나 줄어들었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전체 창의인재 중에서 창의전문 인력의 감소(-57.3%)가 가장 크게 나타났지만 창의핵심인력도 32만 명에서 28만 명으로 감소(-13.3%)하였다. 이에 비해 서비스업의 창의인재는 328만 명에서 443만 명으로 34.9%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 제조업 추이와는 대조적이다.
한편, 제조업 전체의 창의인재가 급속히 줄어든 가운데 일부 업종들의 창의인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의료·정밀·광학기기(4.8%), 전기장비(2.1%), 기타 운송장비(3.8%) 등에서 창의인재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력기간산업인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와 자동차 및 트레일러, 화학제품 및 의약품의 경우 창의핵심인력의 수가 제조업 전체 평균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향후 산업의 창의성을 높이고 성장동력을 강화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서비스업 창의인재 불균형 심화
서비스업 중 창의인재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소프트웨어 및 정보서비스업(71.3%), 영상·방송·창작예술업(63.3%), 연구개발 및 전문서비스업(55.8%), 교육서비스업(78.4%), 보건업(76.8%), 사회복지서비스업(57.7%) 등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통신업, 금융·보험·부동산업, 사업지원서비스업의 경우는 총 종사자 대비 창의인재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서비스업종 간 창의인재 비중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처럼 서비스업 내에서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창의인재의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은 결국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성 수준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KIET는 주장했다.
산업 두뇌기능 강화 시급
김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와 산업의 창의성을 높여 추격형 성장모델에서 선도형 성장모델로 발전해나가는 것은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한 어려운 장기적인 과제”라고 말하면서 “산업과 지역의 창의성 제고를 위해 창의형 산업생태계 형성과 산업별 창의인재 육성을 통해 산업의 두뇌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창조 지역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고급두뇌 역량 강화를 통한 산업 고도화 전략
정부에서도 고급두뇌 전문기업 제도를 신설, 제조업 위주 정부지원 제도의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해 ‘두뇌기업 지원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
산업부가 발표한 고도화 전략책은 미래부 ‘창조경제 실현계획’의 후속조치로 ‘고급두뇌가 경제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나라’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고급두뇌 역량 강화 ▲전 산업 Spill-Over를 통한 고부가가치화 ▲창의실현 환경 조성을 골자로 하는 ‘산업부문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밝힌 것이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노동과 자본의 요소투입형 대량생산체제로 단기간 압축성장에 성공했으나, 이제는 한계에 직면했다.
일본과 독일 등 강한 제조업 기반의 선진국들은 평균 5년 내에 1인당 GNI가 2만→3만 달러로 진입했으나, 우리나라는 2007년 2만 불 진입 이후, 7년 넘게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자본을 축적한 중국의 부상과 요소투입형 성장을 대체할 창의성과 혁신성도 취약한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 산업을 가치창출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선진국은 고부가가치 영역인 엔지니어링 등 가치사슬의 상류에 특화해 온 반면 우리는 저부가가치 조립·가공·시공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사가 전 세계 해양플랜트의 31%(2012년 219억 불)를 수주하고 있으나, 설계역량 부족으로 부가가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유출되는 실정이다. 국내업체가 수주한 플랜트·대형 교량도 기획·설계역량 부족으로 수주금액의 약 30∼40%*는 해외 엔지니어링사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기업들도 이제 기획·설계영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고급두뇌 인력 부족과 전문기업도 취약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매년 750명 정도 고급 설계인력이 필요하나, 최고급 분야인 개념설계가 가능한 인력은 연간 10명 미만으로 배출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수인력도 7∼8명 내외에 그치고 있다.
해양·화학플랜트 전체 공정설계 역량을 갖춘 기업도 전무한데다 부분공정 기본설계가 가능한 기업도 10여 개 사에 불과하다.
기획·설계분야는 자생적 성장기반이 사실상 없는 상황으로, 글로벌 기업 M&A, 해외 우수인재 유치 등 단기적 기술격차 극복과 중장기적 고급두뇌 육성전략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성장전략 측면에서도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모방과 학습으로는 더 이상 비전이 없으며, 앞으로는 IT·SW와 산업간 융합을 통한 창의와 혁신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나 창의와 혁신의 실현수단인 엔지니어링, 시스템반도체(SoC), 임베디드 SW분야의 경쟁력은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자동차, 디지털 가전 등 완제품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핵심부품인 SoC, 임베디드 SW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데 있다.
모바일용 SoC는 퀄컴(美), 자동차용 SoC는 르네사스(日), STMicro(스위스) 가전용 SoC는 브로드컴(美) 등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한국은 낮은 기술경쟁력으로 인해 핵심 SoC의 국산화율은 5%미만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모바일 등 수요산업과 연계하여 시장규모가 크고 단기 상용화가 가능한 시스템반도체(SoC) 핵심기술 확보 및 국산화 추진이 필요한 만큼 모바일, DTV, 자동차용 SoC 상용화사업 추진, 에너지 절감형 전력·에너지 반도체 국산화 추진 등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한 SoC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성장의지 및 잠재력을 갖춘 SoC 팹리스 기업을 발굴·집중 지원키로 했다.
국내 인력양성 기반 취약 등으로 선진국에 비해 설계인력이 부족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우수 인력확보가 어려운 것과 관련해서는 핵심 SoC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HW-SoC-SW”을 종합적으로 기획·설계할 수 있는 융합형 고급인재 양성도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고급두뇌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창의적 생태계가 취약한 점도 한 몫 한다.
벤처기업들은 우수 IP 확보·활용 역량이 취약하고, 기술 평가에 기반한 기술금융 환경도 미흡해 자금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특허출원건수는 세계4위에 등극했지만 기술무역수지(58.7억 불 적자)는 OECD 최하위(2011)에 머물렀다.
선진국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비즈니스 적용을 통해 새로운 시장·제품을 창출 중이나, 국내는 아이디어 사업화 환경이 열악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돌파구
산업부는 ‘고급두뇌가 경제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산업 부문 창조 경제화 전략을 마련했다.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SoC, 임베디드 SW 분야 등에서 해외 우량기업 M&A 집중 지원을 위해 하반기 예정돼 있는 ‘해외 M&A 전문펀드(1천억 원)’처럼 M&A시 투자손실의 일부를 보전하는 보험상품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해외 우수인력 유치노력 강화를 위해 kotra ‘Contact Korea’에 올해까지 2천 명의 해외 고급두뇌 D/B 구축 및 수요기업에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이 kotra와 공동으로 현지 IR 실시하고, 외국 전문인력 활용·컨설팅 비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 우수 엔지니어링 설계센터 유치를 위해 현금지원 한도를 투자금액의 40%(현행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 우수 인재의 선진 기업, 연구소 파견 활동 지원을 위해 런던, 프랑크푸르트, 휴스턴, 실리콘밸리 등 5개 무역관을 ‘고급두뇌 거점 무역관’으로 지정, 업계를 지원해 오고 있다.
아울러 우수 공과대학에 ‘엔지니어링디자인 연구센터(EDRC) 신설을 추진, 2017년까지 20개 목표를 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특성화 대학’의 경우 지난해 3개에서 2020년 6개로 확대하고 우수 공대 내 SoC-임베디드 SW융합 인재 양성과정 신설·확대된다.
우수 학사인력 양성을 위한 공학교육 강화 대책도 마련된다.
기획·설계역량이 취약한 기계·장비, 해양플랜트, 석유화학 등은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를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3D 프린팅 개발·보급 확산을 위해 핵심 요소기술 도출 및 활용모델을 발굴하는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에서 주요 공정·플랜트 핵심원천 기술개발에 필요한 촉매 개발 및 기획·설계 역량 강화, 전장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항공 산업은 임베디드 SW, SoC 역량 강화를 통해 제조업의 스마트화 촉진 등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산업부는 고급두뇌 역량강화를 통한 산업 고도화 전략에 따른 세부 추진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는 한편, 분기별로 세부 추진과제 이행상황과 향후계획 등을 점검하고, 창업·벤처, IT·과학기술 융합 등 주요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창의 산업 정책자문단을 활용해 지속 보완·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념을 산업부문에서 구현하기 위한 주요 업종·분야별 실행방안을 추가로 마련·추진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