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석유화학,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생산 효율을 높이고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이산화탄소 분리·회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에너지·환경 산업에서 다용도로 활용되며 개발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핵심소재 ‘제올라이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국내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로 고효율 석유화학 공업의 핵심 소재인 제올라이트의 새로운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합성하는 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라고 희소식을 밝혔다.
제올라이트는 실리콘과 알루미늄 원자가 산소 원자와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며 결합된 결정성 물질로, 무수히 뚫려있는 미세한 구멍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흡·탈착하는 흡착제로 각광받고 있다. 이 외에도 화학 및 에너지·환경 관련 사업에서 촉매, 이온 교환제, 분리제 등의 다양한 용도로 널리 쓰이지만 국내에는 원천기술이 전무했다.
기존에 알려진 제올라이트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특정 단위의 기본 구조체들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더해지면서 제올라이트 구조가 점점 확장될 수 있는 원리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규칙을 활용하면 현재보다 확장된 구조체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예측해 합성 전략을 세웠다.
먼저 기존 제올라이트를 합성할 때 사용되는 TEA(Tetraethylammonium)와 Na+ 이온을 기본적인 구조유도 물질로 하고, 한 단계 큰 제올라이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특정 구조체들의 형성을 도와줄 수 있는 무기 양이온(예: Ca2+ 또는 Sr2+)을 추가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냈다.
홍석봉 교수(포스텍), 신지호 연구원(포스텍, 박사후연구원) 등은 기존의 시행착오적 방식에서 벗어나 제올라이트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합성하는 연구를 샤오동 쩌우(Xiaodong Zou, 스톡홀름대, 스웨덴)교수팀, 폴 라이트(Paul A. Wright, 세인트앤드류스대, 영국)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포항 가속기연구소와 프랑스 가속기 연구소(ESRF)가 협력했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자지원)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이번 연구 결과물은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홍석봉 교수는 “현재 제약분야에서 분자 설계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처럼, 우연이 아닌 특정 용도에 필요한 제올라이트 구조를 예측한 후 설계를 통한 ‘타깃(target)’ 제올라이트의 합성이 가능함을 보여준 첫 사례로 나노다공성 재료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