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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홍보영 기자|papersong@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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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제철·선박엔진 사용 가능한 촉매기술 상용화

기사입력 2015-09-08 11: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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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제철소 소결로 탈질시스템에서 KIST 촉매를 장착하는 모습


[산업일보]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격언은 이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9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인 하헌필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안팎에서 이름난 스포츠맨이다. 가까운 수락산을 1천 회 넘게 오르내리고 연구 틈틈이 테니스, 등산, 헬스 등 다양한 운동으로 단련된 몸은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단단한 식스팩으로 무장돼 있다.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테니스와 헬스를 한 시간 가량 합니다. 주말에는 가까운 수락산을 즐겨 찾으며 저 스스로와의 대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운동은 비단 건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익을 제게 주지요. 가장 큰 효과는 자신감입니다. 아무리 힘든 역경에 처해 있어도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게 운동입니다. 가장 원천적인 보험이 아닐까 싶어요. 동료들과 함께 운동하며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기회도 많아지고요”

하헌필 박사를 이번 수상으로 이끈 연구 주제 역시 끈질긴 체력을 요하는 분야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료공학 전문가 중 한 명인 그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 받는 질소산화물의 처리 촉매를 개발해 왔다.

“질소산화물은 제철소나 선박엔진의 연료 연소과정에서 배출돼 산성비와 온실가스를 만들고 인체 호흡기 질환과 천식을 유발하는 공해물질입니다. 과거에는 이에 대한 규제가 없었지만 국제해사기구(IMO) 등이 2016년 관련 규제 시행을 예고하는 등 규제가 엄격해지고 가스 처리환경이 까다로워져 질소 산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졌지요”

맑은 생각, 엄숙한 용모, 과묵하고 신중한 언행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헌필 박사


하헌필 박사의 탈질촉매 개발과 기술이전으로 한국은 세계적으로 연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대까지 큰 시장이 기대되는 촉매연구 분야에서 선도자의 고삐를 쥐게 됐다. 그러나 하 박사는 제철소와 선박엔진에 사용할 수 있는 촉매 기술을 상용화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연구를 확장시켜야 할 분야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깊이 있는 학문적 성과를 거둔 분들께 수여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이 제게도 돌아온 것은 연구 성과의 상용화 노력을 인정해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에게 기대하는 시각차도 느끼게 됩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연구자들이 시장의 흐름과 필요를 파악해 산업화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때라고 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일하는 만큼, 가능하다면 제 시간과 노력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이를 위해 하헌필 박사는 마음을 닦는 데도 게으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연구실 벽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귀양 생활을 할 때 처소에 두었던‘사의재(四宜齋)’란 글귀를 걸어두고 있다. 사의재(四宜齋)란 ‘맑은 생각, 엄숙한 용모, 과묵하고 신중한 언행’을 뜻한다.

“다산 선생은 과학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후세에 큰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또 귀감으로 삼고 있는 분이 안중근 선생이신데, 두 분이 걸어가신 학자와 신앙인의 자세를 본받아 살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그의 이름‘헌필(憲弼)’에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자의 뜻으로는 법(憲)과 도움(弼)인데,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이름 뜻을 생각해 온 하 박사는 원래 법학을 전공하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과학 과목들에 더 끌려서 공학대학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법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타인에게 이로운 일들을 하자고 생각하고 제 이름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됐어요”

끝으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그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 조언해달라고 물었다. 하 박사는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권한다.

“제 원래 전공이 열전재료인데, 옥스퍼드 유학 직후 환경촉매 재료로 바뀌었습니다. 오랜 시간 집중했던 연구 주제를 바꾸는 결정에는 당시 지도 교수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는데,‘전공의 장벽에 얽매이지 마라, 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 하고 도전해 봐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전해드릴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더 넓은 과학의 세계로 자신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요즘은 특히 학문영역의 벽이 무너지고 다양한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자신에게 낯선 영역이라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마리를 헤쳐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과감하게 여러 연구 분야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그는 촉매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때에 동료 연구원과‘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환경촉매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비록 촉매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촉매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촉매 표면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이동인 산화환원반응을 조절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착안을 시발점으로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촉매개발 방법을 살펴보면, 촉매재료를 설계할 때 연구자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추론해 최적의 원소를 찾아내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하헌필 박사는 이러한 방식의 재료 설계가 실험 횟수나 시간에 많은 제약이 있어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촉매반응을 충분히 이해하고 모델링 한다면 계산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해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실험으로 유망한 재료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양자화학적인 계산 과학기법으로 재료를 설계했다. 이렇게 찾아낸 두 개의 후보물질 중 실험에 의해 최종 후보를 도출해 새로운 촉매물질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개발된 촉매는 저온상태에서도 우수한 효율과 내구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 됐다. 그러나 촉매 개발을 위해 한 번에 4g 정도의 샘플을 만들었으나, 실제로는 10톤 이상의 촉매를 만들어야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경제적 효용성을 갖는다. 연구실 수준의 기술을 산업화로 끌어올리기까지 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었다. 일례로 실험실에서 활용하던 염소 성분이 들어있는 전구체는 대량생산 시 염소가스의 냄새와 부식성 문제로 다른 적합한 전구체가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남동공단에 소재한 전구체 생산회사를 설득해 새로운 전구체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된 촉매를 실제로 검증해 사용하기까지, 기존 촉매를 사용하는 기업들을 부단히 설득해야 했다. 촉매를 대체했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촉매를 적용할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해 문제가 없다는 실험 데이터를 제시하는 등 많은 소통이 필요했다. 앞으로 개발된 연구들을 더욱 확장시킨다면 미래형 자동차와 같이 새로운 산업영역에 필요한 기술을 창출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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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홍보영 기자입니다. 국내외 무역과 로봇, IoT, 기계·금형산업에 대한 참 소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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