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시산업은 완만한 성장 속에 아시아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아시아 전시면적은 2006년 대비 38% 증가해 전 대륙 중 가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는 중국이 2011년 전시면적이 475만㎡로 세계 2위에 진입한 이유가 크다. 전시산업을 포함한 MICE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대규모 양질의 관광객 유치에 따른 관광 수입 확대, 관광 인프라 투자 증대, 고용 증가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 참가한 외국인 참가자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2천488 달러(COEX), 2천496 달러(한국관광공사) 등으로 일반 관광객 지출(평균892 달러)을 약 3배 상회했고, MICE산업의 외화가득률은 90%로 자동차(71%), TV(60%), 휴대전화(52%), 반도체(43%) 등 주요산업 대비 우월한 편이었다.
한국의 전시산업 국제 경쟁력 아직 높지 않다
최근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대한무역투자공사(이하 ‘코트라’)가 33년간 주최하며 아시아 4대 식품전시회로 성장시킨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이하 ‘서울식품대전’)을 급작스레 민간에 매각할 계획을 밝혀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코트라는 서울식품대전을 매각할 대상을 찾는 ‘서울식품대전 이양 관련’ 제안요청서를 공고함으로써 매각계획을 본격적으로 밝혔고, 현재 우선협상대상 선정 절차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서 우리나라 전시산업의 GDP 비중은 2012년 0.28%로 독일(1.0%), 미국(0.82%), 프랑스(0.82%), 영국(0.64%) 등 타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시면적 10만㎡ 이상 전시시설의 수도 1개에 불과해 주요국들과 큰 차이를 보여줬다(미국 6개, 독일 10개, 중국 8개, 스페인 5개).
식품산업대전, 식품분야 전문전시회로 위치 공고히
현대경제연구원 연구 결과에서도 한국의 MICE산업 종합경쟁력 지수는 30.8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비교대상 21개국 중 18위로 나타나 거의 전 영역에서 경쟁력 열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백재현 의원은 “전시산업 등 마이스 산업은 단순히 외화 창출뿐 아니라 매출금액 10억 원당 52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돼 반도체(36명), 조선(32명), 섬유(32명), 자동차(23명)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보다 훨씬 더 높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고 전시산업 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척박한 환경에 놓여있는 국내 전시산업이지만, 우리나라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대표적인 전시회 브랜드가 있다. 바로 서울식품대전이다.
코트라가 33년 동안 키워 온 서울식품대전은 이제는 농식품부 주최 KOREA FOOD SHOW, 코엑스 주최 FOOD WEEK 등 기타 식품 관련 국내 전시회와 비교가 힘들 정도로 크게 성장해, 국내 최대 식품분야 전문전시회로 위치를 공고히 한지 오래다. 이제 서울식품대전은 참가업체(44개국, 1,4784사), 참관객(54,117명), 전시규모(2,896부스, 74,171㎡) 어느 면에서도 일본의 푸덱스 저팬, 싱가폴의 FHA, 중국의 시알차이나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명실상부한 아시아 4대 식품전이라 할 수 있다.
단지 규모의 성공뿐 아니라 내실면에서도 알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전시회 기간 동안 이루어진 수출상담회 성과를 살펴보면 올해에만 상담건수 1천539건, 상담금액만도 5억6천500만 달러에 이르고, 올해 총예산 46억 원은 전액 참가비 수입으로 충당해 국가 예산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은 채 전시회 자체 수익만 연 19억이 창출됐다.
그러나 코트라는 돌연 잘 나가던 서울식품산업대전을 민간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식품 산업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며, 코트라는 수출과 투자유치라는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민간 이양(매각) 발표를 했다. 현재 코트라가 주최하고 있는 다른 전시회(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 글로벌모바일전, 대전국제농업기술전)와 함께 매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백 의원은 “서울식품대전은 그 규모나 독립채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거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다른 전시회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며 “현재까지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기타 전시회는 민간의 역량을 통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코트라가 중심이 돼 관련 협회(식품산업협회)와 글로벌 전시기업(Allworld)이 공동주관하는 성공모델이 이미 정착된 현재에 와서 이를 특정 민간단체로 이양하는 명분을 찾기는 힘들고, 이와 같은 기준 없는 민영화나 다운사이징이 과연 타당한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백재현 의원은 전시산업 최강국으로 뽑히는 독일의 사례를 들면서 “독일이 전시산업 강국이 된 이유는 국가가 중심이 돼 AMP라는 ‘전시회 지원 국가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면서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코트라가 잘 키워온 성과를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아닌 특정 민간업체가 독점해야 하는지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다”고 표명했다.
백 의원이 걱정하는 지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이양절차에서 매각 민간업체 선정은 적격한 업체에 한해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제한경쟁 방식으로 추진하되, 그 제한 요건은 2010년 이후, 한국전시산업진흥회가 인증한 전시면적 2만㎡ 이상의 전시회를 주관 또는 한국전시산업진흥회가 인증한 전시면적 3만㎡ 이상 전시회를 대행한 경력이 합산해 3회 이상인 자이다.
이 제한요건을 통과한 신청 업체에 대한 평가는 서면 계량평가(20%) 및 평가위원회의 비계량평가(80%)로 구성되는데, 계량평가는 대형전시회 주관 경험 및 수익공유 계획, 비계량평가는 전시회 육성전략, 식품 및 전시산업 전문성, 조직구성 및 인력확충 계획, 협업계획 등이 채점 요소다. 계량 및 비계량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비계량 평가의 85%(68점) 이상 득점한 기관에서 고득점자순으로 우선 협상자를 정하게 된다.
이 같은 제한 요건 및 평가 요소 중 ‘식품산업 전문성’을 충족하는 단체는 사실상 현재 서울식품대전을 공동 주관하고 있는 식품협회밖에 없다는 점에서 평가 기준 자체가 처음부터 특정 협회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개연성이 크다.
영세성, 소멸된 전시회
백 의원이 더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히 특혜 시비로 매각 과정이 얼룩지는 것만이 아니다.
80년대 코트라는 식품전, 문구전, 완구전, 주단조소재전, 컴퓨터그래픽전, 포장기자재전, 건설·광산전을 자체 개발했고, 90년대 이번 건과 비슷하게 이 중 서울식품대전을 제외한 모든 공동개최 전시회(7회)를 민간에 이양한 적 있다. 당시 이양 취지는 이번 사례와 동일하게 공동 주관하는 협회나 단체의 참가업체 유치 및 전시회 운영 노하우가 축적됨에 따라, 협회·단체에서 단독개최를 통한 수익 확대 추구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코트라가 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코트라는 스스로 이 이양 건에 대해 민간에 이양한 전시회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소멸 되는 등 글로벌 전시회로 육성에 실패했다.
원인은 KOTRA 배제에 따른 해외 참가업체 및 바이어 유치 확대 실패로 풀이된다. 결국 지금 잘 운영되고 있는 서울식품대전을 흔들어서 예전의 실패를 반복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에서다.
백 의원은 “서울식품대전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하게 우리 국민의 코트라가 잘 키워 온 대표적 전시산업 대표 브랜드”라고 설명하며, “국민 모두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이 전시회를 독립채산이 가능하게 된 지금 시점에서 과연 특정 민간단체에 매각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이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그는“서울식품대전은 향후 발전방향은 글로벌 전시회들과 경쟁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코트라의 해외 바이어 유치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적한 뒤 “따라서 서울식품대전을 특정 민간단체 매각하는 대신 현재와 같이 코트라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 해 아시아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식품전시회를 만들어 그 성과를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국익의 측면에서 올바르고, 이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제기 될 특혜 의혹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