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기업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최근 기업 부채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매년 상반기에 한 차례 이루어지던 대기업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올해에는 연말에 한번 더 시행하고 있다. 특히, 고용과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구조적 취약성이 노출되고 있는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정기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확대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300곳 이상 많은 1,900여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신용위험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전년동기대비 기업대출증가율은 2010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과 비슷하거나 도리어 낮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업종별 기업대출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5대 취약업종 중 건설업을 제외한 조선업, 철강업, 석유화학, 해운업 등 여타 취약 업종의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조선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2009년 초 대비 올해 6월 말 대출잔액이 171% 증가해 전체 업종 중 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동안의 전체 기업대출 증가율 33%의 5.2배, 제조업대출 증가율 57%의 3배 수준이고, 대출 증가액은 13조 3천억원에 달했다.
2009년 초부터 올해 6월 말까지의 기간 동안 철강업에 해당하는 제1차 금속 제조업, 석유화학업에 속한 화학제품 및 의료용 제품 제조업, 해운업이 속한 운수업의 대출 증가율도 각각 61%, 50%, 39%에 달해 전체 기업대출 증가율 33%를 웃돌았다.
금액 기준으로는 각각 11조원, 9조 7천 억 원, 7조 3천 억 원에 달하는 대출이 늘어나, 조선업까지 포함한 이들 4대 취약업종의 대출 증가액은 41조 3천 억 원에 달했다. 반면, 건설업의 경우 해당 기간 동안 대출이 42% 감소해 대출 잔액이 29조 3천 억 원 줄어들었다.
대출이 크게 늘어난 후 기업 부실이 표면화된 후에야 이에 대응한다면 이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돈을 빌린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늘어난 부채의 이자 비용 부담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막대한 부채의 원금 상환 부담이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해당 업 차원에서도 업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늘어난 기업부채는 생존을 위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좀비기업의 연명을 도와 정상기업들의 상황마저 더욱 어렵게 만들고 결국 해당 업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상황이 어려워진 기업에 대한 대규모 대출은 부실 여신으로서 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재무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만약 기업의 회생을 돕기 위한 채무재조정 또는 추가 금융지원이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채가 급증했지만 업황이 악화되면서 현재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종에서 이러한 상황들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업황이 악화되면 기업의 자금 사정은 어려워지고 대출 수요는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대출 금융기관으로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자칫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업황 악화가 일시적인 현상이고 해당 업종이 성장세를 회복할 잠재력이 있다면 대출 조절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업황 악화가 추세적인 현상이고 해당업종이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면 대출 조절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판단을 제대로 내리고 업황이 악화되는 업종에 대한 대출 리스크 상승에 선제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주체들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출 금융기관의 업황 분석 및 전망 능력 향상, 경제적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대출 심사 관행 정착, 재무제표가 기업의 실상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도록 하는 회계제도의 개선, 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 및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용평가 기관들의 신뢰도 제고, 그리고 이러한 규정과 절차들이 제대로 준수되도록 감시하는 금융감독당국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대출이 급증한 부동산업 및 임대업,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거나 자영업 경기가 악화될 경우 대출이 대규모로 부실화 되고 이것이 다시 내수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