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과학기술원 이태억 교수가 반도체 웨이퍼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클러스터장비의 작업 순서를 최적으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장비 스케줄링 및 제어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은 이 교수를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클러스터장비는 웨이퍼를 여러 형태의 챔버에 투입하는 순서를 정하고 웨이퍼가 공정 전후에 대기하는 시간을 통제해야 하며, 챔버를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등 복잡한 제약을 갖는다. 특히, 공정이 끝난 웨이퍼가 챔버 안에 남아 있어 가스나 열에 의해 변형되거나, 다음 챔버에 투입하기 위해 대기하면서 냉각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연시간 제어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2000년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반도체 공정장비 제조업체이자 벤처기업으로 크게 성공한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이태억 교수를 찾아와서 새로운 공정에 맞출 수 있는 장비 스케줄러를 국산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주성엔지니어링에서는 미국 Brooks사의 스케줄러를 구입해 사용했는데, 장비가 1대당 5억원 가량으로 고가일 뿐만 아니라 챔버 내 웨이퍼 지연시간 제약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즉 웨이퍼를 챔버 내에서 처리한 후 일정시간 이내에 꺼내주지 못하면 폐기되는데, 이를 맡은 로봇이 다른 작업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제약을 맞추기가 아주 어려웠던 것이다.
당시 벤처기업으로 상장을 앞두고 있던 주성엔지니어링에서는 돈은 얼마든지 걱정하지 말고 기술만 개발해달라고 했다. 이태억 교수는 3년간의 산학협력연구를 통해 새로운 스케줄러 아키텍처에 스케줄링 이론 및 기술을 적용해 국산 스케줄러를 개발했다.
이는 주성엔지니어링의 개발인력과 한국과학기술원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긴밀하게 협력해 연구개발한 덕분이었다. 당시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사장은 이태억 교수가 회사를 방문할 때마다 꼭 인사하고 연구개발이 잘되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고 한다.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장비 스케줄러를 국산화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Brooks사에서 스케줄러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후 거의 모든 장비에 새로 개발한 스케줄러를 장착해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ㆍ외의 많은 반도체 장비 업체의 자문요청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산학협력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학교에서 기업에 일방적으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클러스터장비 스케줄링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이슈와 요구사항을 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제공받아 연구에 반영함으로써 크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을 통해 문제점을 제공받아 연구가 더욱 활성화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태억 교수의 수리적 해법제시로 인해 반도체 클러스터장비에 대해서 까다롭고 복잡한 운용 조건을 만족하면서 로봇 작업 순서와 타이밍 최적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지연시간 제어기술의 경우 반도체 미세회로의 선폭이 10나노대로 계속 좁아지면서 반도체 제조공정에 대한 품질관리가 중요하게 부각된 상황에서 웨이퍼 품질의 수율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개발된 수리 이론 및 해법을 다양한 이산사건시스템, 자동화시스템의 스케줄링 및 제어 이론으로 확장하고 일반화해 자동화시스템 스케줄링 기술 발전에 기여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상태변화가 연속적이지 않고 특이사항 발생에 의해 불연속적으로 확산․변화하는 시스템을 통칭하는 이산사건시스템 등 지난 15년간 해당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최근 3년간 18편(게재승인 6편 포함)을 게재했으며 반도체 제조업체 및 공정장비 제조업체와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을 이전하고 장비 스케줄러를 국산화하는 노력도 진행해 왔다.
최근 개발한 장비 스케줄링 및 제어 기술을 장비에 탑재하고 실용화 노력을 지속해 향후 우리나라의 반도체 제조 및 공정장비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다.
그는“모든 연구자가 그렇듯이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교수는 본연의 연구이외에도 책임져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연구에 집중할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특별한 위기는 없었습니다. 물론 애쓴 논문을 투고했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거절당하여 편집자와 다툰 일 등은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다소 힘든 과정이었습니다”며 향후 행보에 대해 “연구개발 자금이 확보되면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실용화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스마트한 장비스케줄러를 개발하고 국내 장비 업계와 반도체 제조사에 기술을 이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장비 업체마다 다르며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현재의 스케줄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방형 구조의 스케줄러 국제표준을 제안할 예정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