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런저런 업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전임자나 친인척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다.
최근에도 한 업체 관계자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듣게 됐다. 성능과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수한 제품을 내놓았는데 납품을 받을 업체는 이를 고사하고 친인척이 차린 업체의 기능도 훨씬 떨어지는 제품을 비싼 값에 사용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분야 업체를 가더라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는 그만큼 이런 불합리한 거래가 산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야기를 들은 기자도 업체 관계자의 처지가 매우 안타까웠지만 그 앞에서 딱히 이렇다 할 조언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 업체는 업계에서 납품을 받는 위치에 있는 갑(甲)이었으니 그 업체로서도 함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방의 경우는 더 심한 편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방 소재 일부 업체들은 제품을 살펴보고 가격과 성능을 평가한 후 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아는 사람이니 좀 잘 봐달라는 내용의 전화로 거래를 맺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자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관련 법규도 마련되고 언론들도 규제를 위해 모처럼 큰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오고가는 금액도 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서 쉽게 드러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불합리한 거래 관행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혁신은 인정을 받아야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부조리에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거나 빼앗기게 된다면 어느 누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기술을 개발하겠는가.
최신 첨단기술을 육성하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구상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중소기업들의 기술혁신 의지를 꺾는 부조리를 없애는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