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10월 들어서도 사기 바이어인지 진위 여부를 가려달라는 확인 전화가 상담센터에 쇄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 허베이성 소재 ‘R’ 인더스트리(이하 R사)의 경우 수십 여 한국 기업과 접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26일 KOTRA 해외진출종합상담센터에 따르면 수만 달러 규모의 주문을 하겠다며 한국 기업을 접촉하고 있으며, 상담센터로 2주 연속 4~5건의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센터로 문의하지 않은 기업까지 감안하면 R사는 최소한 50개사 이상을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R사는 만나본 적이 없는 바이어로 수출용 영문 홈페이지나 B2B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으로 연락처를 수집한 것으로 파악될 뿐이다.
메일에 응대하면 사유를 들며 송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우리 수출 초보기업이 걸려들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전형적인 사기 수법
R사는 한국 기업에 신뢰를 주기 위해 단계별로 다른 수준의 금전을 요구한다.
중국을 방문해 달라며 우리 기업의 책임자를 초청해 환심을 우선 산다. 이는 실제 중소기업이 쉽게 방문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해외시진출종합상담센터 측은 보고 있다.
구매 계약서는 중국 내 공증이 필수적이라며 공증비 분담을 요구하거나 실제 공증서 사본과 공증비용을 지불한 세금계산서를 첨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불관행에 따라 수출대금의 3~4%를 송금하려고 하는데, 환전 수수료가 너무 비싸니 분담하자고 제의하기도 한다. 단계별로 요구금액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금액이 많지 않아’ 실제 송금하려고 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홈페이지가 부실하고 게재된 연락처와 통화가 원활하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이메일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나 실제 통화 시 영어 소통에 장애가 많아 국제거래를 하는 바이어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메일주소도 회사 도메인 아닌 126.com 등 일반 공공메일을 사용하고 있고, 홈페이지에 게재된 취급품목이 잡다하고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 공상행정국에 등기돼 있지 않은 정체불명의 기업
중국 공상행정관리국은 기업의 등기현황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는데, 이 기업은 등기가 되지 않은 상태다. 신설기업을 제외하면 검색되는 것이 정상이다.
KOTRA 해외진출종합상담센터 관계자는 "무역사기는 연락단계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상담, 계약, 선적 등의 단계로 갈수록 피해규모가 커지고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사기 목적이 가격정보 빼내기, 지재권 도용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어의 접근행태에 조금만 유의하면 의외로 쉽게 식별할 수 있지만 중국 기업은 대면 상담을 선호하고 상담과정이 신중하고 집요한 것이 일반적이다. 이메일로 갑자기 대량주문 의사를 밝히면 일단 사기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