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고가의 장비를 대체하기 위해 내수시장의 자구책으로 등장한 저가형 PLC는 업계의 환호를 받으며 많은 기업에 보급됐으나 짧은 개발기간과 검증기간이 없었던 탓에 신뢰성에서 내수기업의 실망과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1980년대 이야기다. 현재 국산 PLC의 기술수준은 해외 장비와 견줘도 뒤지지 않고 모델에 따라서는 앞서는 성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자리 잡힌 선입견은 쉽사리 깨지지 않고 있다.
변화된 시장에 맞는 ‘열린 생각’ 필요
1980년대에 발발한 이란과 이라크 전쟁은 전세계적인 유가상승, 물가 폭등현상으로 이어졌다. 산업계에서도 혁신이 필요했고 공장자동화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자동화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 도입이 증가했다.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김원회 교수는 “우리나라도 그때부터 PLC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PLC 이전에도 현장에서 유체적 제어, 무접점시퀀스, 유접점시퀀스, 릴레이제어, 기판 제어 등이 있었지만 PLC는 이전의 장비에 비해 엔지니어들의 업무를 쉽고 간단하게 해줬기 때문에 대기업을 필두로 PLC 보급이 확산됐다”고 PLC 도입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교수는 “수입 PLC 한 대 가격이 작은 빌라가격과 맞먹을 정도여서 저렴하면서도 성능과 신뢰성이 높은 PLC 개발이 시급했다”고 말한 뒤, “PLC는 제어장비이기 때문에 신뢰성, 안정성, 용이성에 비중을 두고 가격은 그 뒤에 고려돼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현장 수요가 높아지고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라는 생각에 우리나라 PLC 기업들은 너도나도 가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저가 PLC를 내놓아 결국, 신뢰성은 낮고 가격경쟁력만 갖춘 국산 PLC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을 일으켜 시장에 좋지 않은 선입견이 만들어지는 원인이 됐다”고 언급했다.
“국산 PLC장비를 사용했던 엔지니어가 후배 엔지니어에게 선입견을 주입하다 보니 아직도 국산에 대한 생각은 닫혀있다. 현재 국산 PLC 제품들의 품질과 신뢰성은 많이 향상됐음에도 내수시장에서 국산 PLC 구매를 망설이는 기업들이 많다”고 언급한 김 교수 는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국산 PLC가 아직도 시장에서 외면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행스러운 것은 국산 PLC를 사용해 본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 PLC 현장에서는 대부분 일본식 용어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사라지고 없듯이, 시대가 변했으면 시대에 맞게 변화된 부분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LC 구입시 사용용도에 맞게 선택할 것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기능은 PC나 고급 카메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기능이 다양한 만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고가의 스마트폰으로 폴더 폰 기능만을 사용하는 격이 된다. 김 교수는 PLC를 구매할 때도 스마트폰을 사는 것처럼, 적용할 사업장에 필요한 기능을 꼼꼼히 따져 보고 구매할 것을 당부한다.
“배선이나 구성, 사용자의 유지관리 및 운전 방법에 따라 PLC 성능이 높아질 수 있고 그 반대일 수 있다”며, “기업들마다 PLC의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고신뢰성 고사양,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가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용할 환경과 범위에 맞게 최적의 PLC를 선택하는 것이 기업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구매의사를 가진 기업에서 PLC 성능과 신뢰도를 따져보고 결정했다면, 유지관리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고장시에 공급 기업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주는지, 무상 수리기간이나 수리비용, 부품 교체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지보수 인재능력에 따라 생산성 달라져
PLC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들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작은 부품 공장에서부터 조선소나 석유화학, 철강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PLC 적용분야가 확대됨과 함께 운전 및 설계, 제작 등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수요도 크게 확대됐다. 현재 PLC 관련 자격증은 메카트로닉스기사, 생산자동화기능사/산업기사, 전기기능장 등 국가자격증만 7~8개다. 이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PLC를 이용한 실기검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PLC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자격증은 아직 없다.
김 교수는, “PLC 분야는 설계 및 제작, 시공, 운전, 유지보수 등 4개의 직무가 있는데 국가기술자격증은 설계 분야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계분야도 중요하지만 현장 근무자들이 인원 보강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분야는 메인터넌스(유지보수) 관련 분야이다. 유지보수 인력이 공장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생산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필요성에 입각해 유지보수와 관련된 민간 자격증 신설을 한국산업기술협회와 함께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실기 부분을 함께 검증해서 민간 자격임에도 공신력을 실어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PLC 시장, 소폭 상승 기대
스마트팩토리 추진이 국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PLC 분야의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도 높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에 대해 김 교수는 냉철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국내 생산현장에서 PLC 사용은 65~70% 정도이며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로 진행되고 있는 평판디스플레산업이나 반도체산업 등에서는 90% 정도 PLC가 도입됐다”며, “PLC는 이미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상황이라 스마트팩토리 추진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큰 폭의 수요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소폭 상승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물인터넷·빅데이터…시장 적용은 미지수
최근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 등을 통한 융합으로 PLC 분야에서도 기술적인 혁신, 또는 적용처의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신기술을 접목한 PLC의 출현과 적용분야 확대는 반갑다. 하지만 최근 뿌리산업육성이나 인더스트리 4.0 등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 주도로 여러 가지 사업들이 혁신을 지향하며 로봇분야, 전기·전자 분야 등에서 시행돼 왔다. 정부지원금이 출연되고 기업들과 연구소들이 함께 움직였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사업들을 지속하거나 확대됐다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산업용 사물인터넷 기술,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PLC 분야에서 크게 기술적 향상이나 시장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한 뒤, “글로벌하게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면 좋겠지만 현장에서 일을 해보기도 했고 강의 및 기술지도 등을 해왔지만 (중소기업)현장 엔지니어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시장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현장 적용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PLC 시장에서 국산 제품만이 우수하다거나 해외 제품을 배척하자는 의도는 없다”고 말하며 “PLC 구매를 생각하는 기업들이 국산이나 글로벌 제품이나 선입견 없이 살펴보기를 원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원회 교수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영일테크 기술고문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
한국산업기술협회 수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