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과 일본의 새해는 달력상으로 1월1일이지만 한국은 새해가 시작되는 1일을 전후로 신년인사나 연하장 발송, 송년회·신년회 등의 행사가 연일 이어진다. 그와는 반대로 일본의 경우는 1월 1일보다 4월 1일이 중요한 시점이 된다.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회계연도가 매년 3월로, 금액 규모가 큰 공공 사업 수주를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에서도 3월 말 결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본 내 자본금 100억 엔 이상의 법인 중 75% 이상이 3월 말 결산을 시행한다.
일본 전체 사업소 중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의 오더 발주 대응을 위해 결산시기를 대기업에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3월 결산을 시행하는 중소기업 수는 12월 결산을 시행하는 기업 수의 약 2배나 많다.
일본에서는 법률 개정이 4월 1일부터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세법 등 기업 결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이 개정될 경우 3월 말 결산을 시행하지 않은 기업은 회계연도 중간에 회계 상의 변경사항이 발생하기 때문에 3월 회계연도를 채택하는 기업이 많다.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연도별 공식 통계는 해당연도 4월부터 차년도 3월까지의 수치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1월 1일~12월 31일 기간 중의 통계치를 나타내는 경우 '연차(年次)'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2018년도' 통계는 2018년 4월 1일~2019년 3월 31일 통계치를 의미하고, '2018년도 연차' 통계는 2018년 1월 1일~2018년 12월 31일 통계치를 의미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 및 지자체의 공식 통계에서 'ㅇㅇ년도 1/4분기'는 해당 연도의 '4~6월'을 의미하며, 2/4분기는 7~9월을, 3/4분기는 10~12월을, 4/4분기는 이듬해의 1~3월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4월 1일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데에는 일본 교육제도와 기업 인사제도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본 학교는 대개 4월에 입학해서 3월에 졸업한다. 기업이 신입 사원을 원활하게 채용하기 위해 입사시기를 4월 1일에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인사제도를 설계할 때 '4월~이듬해 3월'을 한 사이클로 간주하기 때문에 인사이동(부서 이동, 소속 지점 이동 등) 역시 4월 1일에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게 후쿠오카무역관 측의 설명이다.
'4월~이듬해 3월'을 한 장에 표기한 달력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일본 특유의 문화다.
4월 전후의 경기 상황은 그 해의 일본 경기를 예상하는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이는 일본 경제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벚꽃 관련 소비에서 비롯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벚꽃(사쿠라)은 일본인이 가장 애착을 갖는, 일본을 대표하는 꽃으로 벚꽃이 피는 4월 1일 전후에 소비가 진작되는 경향이 높다.
많은 일본인이 회사나 소모임 단위로 벚꽃 구경, '하나미(花見)'를 즐기며 편의점 및 도시락 업체, 외식업(특히 배달이 가능한 형태)은 대목인 시기다.
일본 다이와 증권(大和証券)의 한 애널리스트는 매년 벚꽂과 연계된 신상품이 발매되는 와중에 기업의 개별 행동이 촉진되고, 그에 수반해 개인소비도 자극된다며 벚꽃이 오래 피는 기후인 경우 여행 및 외식이 증가해 소비 측면에서 플러스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과의 비즈니스를 추진하는데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후쿠오카무역관 측은 결산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이 가장 바쁜 3월은 일본 기업과의 접촉(특히 신규 접촉이나 초기단계인 경우)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특정 다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나 상담회, 세미나 같은 행사 역시 집객이 매우 어려울 수 있어 3월(특히 20일 이후) 개최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4월 1일 전후로 인사이동이 잦으므로, 기존에 거래나 네트워킹이 이루어진 기업이나 담당자에 대해서는 안부 인사를 겸해서 부서 변동이 없는지를 메일, 유선 등으로 확인하는 것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