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사이버보안 인증체제 수립 장벽 아닌 경쟁력으로 활용“

[산업일보]
현재 유럽연합(EU) 내에는 다수의 상이한 보안 인증체제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 기기의 경우 나라마다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EU 단일시장에서의 파편화와 장벽 위험 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EU 전체에 유효한 공통된 사이버보안 인증체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EU 공통의 사이버보안 인증체제 출범’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디지털 단일시장’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에 EU 전체에 직접 효력을 갖는 ‘규정(Regulation)’의 제정이 활발해지고 있다.


EU는 지난 2017년 9월에는 장-끌 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의 EU 사이버보안 전략 발표를 계기로 일명 ‘EU 사이버 보안법’의 제정을 추진했고, 지난 3월 12일 EU 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법안에 따르면 그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된 EU 사이버보안 전담기관인 ENISA(유럽네트워크 정보보안청)를 상설기관으로 격상시켜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EU 공통의 ICT 사이버보안 인증체제(ECCS)를 마련해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복원력과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이버보안 인증체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커넥티드카 같은 인터넷 연결 기기를 포함한 ICT 제품과 서비스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교통, 에너지 및 의료 등 각 산업 분야에서 자생적인 범유럽 인증 및 등급을 정한다.

해당 인증체제에 따라 인증을 받은 ICT 제품 및 서비스는 일정한 사이버보안 요건을 충족한다는 증명이며, 모든 회원국에서 효력이 인정된다. EU 사이버보안 인증체제 등급은 기본, 보통, 높음 3단계로 구분해 사용자들이 ICT 제품 및 서비스의 사이버보안 수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U 공통의 사이버보안 인증체제는 기업들이 회원국 별로 다른 인증 절차를 수차례 거치는 데 따른 관리상 및 재정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인증이 시장진입 장벽이 아니라 자신의 제품 및 서비스가 일정한 사이버보안 수준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에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보안이 점점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관, 기업 및 개인 등 인터넷 연결 ICT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자들은 사이버보안 인증을 받았거나 혹은 높은 수준의 인증을 받은 제품 및 서비스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EU를 시작으로 장차 다른 지역에도 사이버보안 인증 획득요구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2월 19일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는 EU 사이버보안 인증체제의 도입에 맞춰 인터넷 연결 가전제품의 보안 기준을 수립하고 향후 IoT 사이버보안 인증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 IoT보안 표준’을 발표했다. 이는 소비자 IoT와 관련해 공급업계에 최초로 적용되는 산업표준으로, 앞으로 의료, 통신, 교통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사이버보안 표준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박영우 연구위원은 “ICT 기술은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우리 경제의 중추”라며 “전 세계적으로 500억 개 이상의 사물이 인터넷으로 상호 연결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이버위협의 수와 다양성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EU 등 해외 시장에 ICT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려면, 정부와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이 협력해 기업들의 사이버보안 인증 획득을 위한 준비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