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한데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모자람도 지나침도 없음의 이치, 즉 조화와 균형을 이룬 적당한 상태를 중용(中庸)이라 했다. 동서양 철학에서 모두 강조한 중용의 이치는 ‘건강문제’에 갖다 적용해도 딱 들어맞는다. 신체 외적으로는 너무 야위지도 너무 살찐 것도 아닌 상태가 가장 건강하며, 내적 면역 시스템도 외부 침입 균만 잘 막아낼 정도의 공격성이어야지 정도가 지나치면 자가면역질환이 된다. 열이 부족한 냉한 체질이나 열이 과도한 체질이나 치우친 사람은 그 특징에 따른 병이 오기 쉽다. 피부도 마찬가지다. 피부에 피지 분비, 즉 유분이 적당히 있으면 피부를 보호하고 아름다운 윤기를 준다. 그러나 과다하면 번들거림이나 여드름, 혹은 지루성 피부염 등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특히 두피에 피지가 과다해지면 ‘지루성 두피염’이 쉽게 올 수 있다. 지루성 두피염은 울긋불긋 붉어지는 홍반과 함께 많은 양의 각질(인설, 비듬)을 동반하여 가려움과 지루성 탈모를 유발하는 환경을 만든다.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모낭이 녹는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거나 두피 외 다른 부위로 염증이 번지기도 하는데 근래 지루성 두피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
현대의 대표적인 두피 질환인 지루성 두피염은 두피에서 시작되거나 얼굴 지루성 피부염으로부터 확산되어 생겨난다. 과도한 피지 분비로 두피 모공이 막히면서 영양 공급 및 순환이 저하돼 나타나는 만성 염증이다. 살펴보면 두피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매우 여러 가지가 있다.
20세기 이전과 비교해서 현대인은 두피에 손상을 주는 독한 염색이나 탈색, 퍼머, 드라이 등의 시술을 일상적으로 받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염색을 하거나 퍼머를 하며 각종 샴푸 및 트리트먼트, 무스나 젤 등 수많은 화학제품을 거의 매일 사용한다. 더불어 점점 심해지는 대기 중 미세먼지, 구멍 난 오존층을 통해 들어오는 강력한 자외선 같은 외적 자극이 두피에도 가해진다.
내적 자극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타격이다. 현대인은 대체로 몸보다 머리를 쓰는, 즉 머리로 열을 올리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느끼는 엄청난 피로와 압박과 스트레스, 정크푸드와 인스턴트 식단, 불규칙한 수면 패턴, 음주 및 흡연 습관, 감염, 잘못된 자세로 인한 순환 이상 문제 역시 염증 및 상기증(上氣症)을 부른다. 이런 내외적 자극 요소들의 타격을 고려해 보면 현대인이 머리나 두피에 병이 쉽게 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정신이나 심리적인 부분으로는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우울증으로 나타나며 겉으로 염증이 폭발하면 지루성 두피염이나 두피 건선, 원형 탈모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염증은 면역 교란 상태 및 열대사 균형의 무너짐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이니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만 좋아질 수 있다.
치료는 가급적 초기 단계 증상에서 진행해야 빠르고 효과적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성두피염 치료는 길고 어려워진다. 초기 염증은 보통 홍조 반응으로 시작된다. 정수리나 뒷머리가 다른 부위에 비해서 붉어지며 건선처럼 경계가 뚜렷하지는 않다. 여기서 좀 더 심해지면 비듬(각질)이 떨어진다. 두피의 표피 세포가 탈락하면서 각질이 많아지며 두피가 몹시 가려워질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 단계에서 이런저런 샴푸를 사용하게 된다. 그래도 가려움이 제어가 되지 않으면 손톱으로 두피를 긁게 되고, 좀 더 심해지면 염증형으로 변화하는데, 이때는 세균이나 기타 염증에 쉽게 노출되어 뾰루지 등이 생겨나고 둔감한 환자도 이때쯤이면 불편감이 심하다고 느낀다. 여기서 더 악화되면 습진형 두피가 되는데 진물, 고름을 특징으로 염증이 두피에 넓게 퍼져가게 된다. 혹은 탈모형으로 바로 진행되는데 피지, 각질, 염증이 두피 모근까지 파괴해 머리카락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지루성 두피염 치료를 원한다면, 앞서 살펴본 원인 중 본인에게 해당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다른 조건도 중요하지만 잦은 두피 자극을 줄이면서 열대사 장애 등 체내 상태 교정에 초점을 맞춰 치료해야 한다.
두피에 열이 몰리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수승화강(水丞火降)의 원리와 맞닿아있다. 우리 몸이 건강하면 시원한 수(水) 기운이 인체 상부로 올라가고 뜨거운 불(火)기운은 복부 및 사지로 내려오는데, 어떤 이유로 수승화강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머리로 열기가 몰리며서 사지 순환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몸 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병증을 부르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가슴에 열기가 맺힌 홧병이나 손발이 냉한 수족냉증, 배가 차가워지면서 오는 소화불량이나 생리통, 냉대하, 발기부전 등이 있다. 지루성 두피염이나 탈모는 두피열이 그 방점을 찍는 대표적 병증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샴푸를 바꾼다거나 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먼저 면역체계와 자율신경계의 균형 및 체내 순환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지루성 두피염이 생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면 증상은 해결될 수 있다. 개인별 맞춤 생활지도 및 질환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
도움말: 고운결 한의원 노원점 신윤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