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3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 오름세가 자칫 시기상조의 금융여건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바탕으로 오는 2분기에는 팬데믹 긴급매입 프로그램(PEPP)을 통한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제공감’ 보고서에 따름녀, 올 해 성장률 전망치는 4.0%로 0.1%p 올린 반면, 물가 전망치는 1.5%로 0.5%p나 대거 상향조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인플레이션 발 우려가 근간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PEPP 매입 한도(1조8천500억유로)에 변화가 없고, 구체적인 매입 가이던스도 없는 등 유로화 약세 전환을 이끌어낼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장기채 금리 안정이라는 가장 큰 명제 하에 몇 가지 방법론 중 하나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지난 1월과 동일하게 경제 전망 개선에도 장기목표에 크게 못 미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일시적이라는 이유로 현재의 QE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장에는 다소 실망을 주겠지만 최근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 징후 및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에 따른 역대급 국채 물량 공급), 그리고 오는 2분기 중 우려되는 물가 상승 압력(Core CPI는 오는 2/4분기 중 2.5%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 등을 감안할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일정 수준에서 장기채를 무제한 매입해줄 수 있는 일드커브컨트롤(YCC) 카드 등 추가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위험자산의 한단계 레벨 업을 이끌어낼 여지가 높아지겠지만 동시에 원자재가격도 동반 상승할 개연성이 크다.
시장의 무난한 반응을 이끌어낸 3월 ECB의 행보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평소 ECB와 밀접히 소통하는 미 연준의 특성상, 양적완화 총 매입규모에는 변화를 주지 않겠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4분기 중 장기채를 중심으로 매입 규모를 일시적으로 늘릴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할 여지가 생겼다.
같은 맥락에서 단기채를 줄인 만큼 장기채 매입을 늘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역시 미 연준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보여진다.
하나금융투자 나중혁 연구원은 “1월 초 공개된 미 연준의 테이퍼링 관련 언급 이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미국 장기채 금리의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시장 내에서 매우 민감한 변수로 취급되고 있는 만큼 미 연준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더해진 강한 경기 회복 기대가 시장의 컨센서스로 자리잡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 연준이 굳이 YCC와 같은 공격적인 카드를 제시할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