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차입을 늘려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코로나19 이전(2018~2019년 누계)과 이후(2020~2021년 누계) 실적을 비교·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00대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각각 5.8%, 5.9% 증가했다.
100대 기업의 투자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8.6%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11.4% 감소했다.
투자는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전기·전자(18.0%), 정보·통신(14.4%), 의약품(8.3%) 등 비대면 수혜를 누린 업종은 투자가 증가한 반면, 유통, 운수·창고, 음식료 등 대면 관련 업종의 투자는 위축했다.
전경련은 코로나19 충격에도 기업들의 실적은 양호하지만, 러·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통화긴축 등 대외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빚을 늘려가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2020~2021년 누계) 100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총 244조6천억 원으로, 투자(189조1천억 원) 및 배당·이자 등으로 지출한 현금 248조6천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21년 말 기준 100대 기업 총차입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3조7천억 원(9.7%) 증가했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이러한 상황을 코로나19 이후 투자·배당 지출로 인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현금을 충당하지 못하면서, 차입을 늘려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조사에서는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이 지난 5년간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1년 말에는 164조8천억 원으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선제적 세제지원 및 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경제정책팀 이상호 팀장은 본보와의 전화에서 “현재 정책적으로 세제 지원과 R&D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등의 지원에 비해 일반 업종에는 R&D 투자 비중이 작다”라며, 전략산업의 육성과 함께 일반 산업에 대한 R&D 투자 비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에서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라며 “현재의 대외 불확실성 상황에서 규제시스템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대폭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