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도기적 시기다.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 흐름이 탈탄소 트렌드로 움직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력발전이 주류를 이뤘던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 국내 기업 할 것 없이 태양광, 풍력, 수전해(수소)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해 미래 에너지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기후 위기가 촉발한 에너지 산업의 변화는 단순히 에너지 이용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라, 지역의 에너지 구조와 도시의 설계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주변 산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이자, 주변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 수 있어 에너지 시장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 - P2G
최근 개최한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2(GBW 2022)’에서 만난 (주)지필로스(GPhilos)의 김진 팀장은 “현재 한국에서 많이 실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과제로 재생에너지 연계형 P2G(Power to Gas) 시스템을 나주혁신산단, 제주 수전해 실증단지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는 일조량, 기상상황, 계절 등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달라진다. 이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이 많을 때 저장했다가, 부족한 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고안됐다.
그중 P2G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얻은 전기로 수소 또는 메탄올을 생성, 저장하는 기술로 독일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활용 중이다.
P2G 시스템을 바탕으로 그린수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는 김진 팀장은 “아직 그린수소가 경제성을 보고 사업을 추진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향후 수소 경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수소 충전 인프라를 계속 보급해 규모의 경제에 다다르면 그린수소의 경제성도 나아질 것이기 때문에 그 때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유럽 같은 경우 P2G 기술 등을 콘셉트를 잡아 발전시키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한국도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국이 되기 위해서는 P2G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필로스의 엄규문 이사는 전시회장에 구현한 에너지 자립섬에 대해 “컨테이너 안에 수전해 시스템을 구축, 컨테이너를 병렬로 연결하면 전력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수전해 시스템의 확장도 가능하다”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저장된 수소를 발전기에서 다시 전기를 생산해 가정과 마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스를 수 없는 탈탄소 트렌드에 맞춰가는 재생에너지 - 해상풍력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전략팀 A 팀장은 “탈탄소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한국은 빠른 속도로 석탄이나 가스 발전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원자력 발전으로 모든 전력을 다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 세계적 탈탄소 움직임이 산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고, 바이어 및 투자자들이 공급망에서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사용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A 팀장의 예상이다.
이에 A 팀장은 “한국은 태양광과 육상풍력이 많이 활성화됐지만, 이는 대부분 소규모 발전이다”며 “한국에서 대규모 에너지 생산에 적합한 방안으로 해상풍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새로운 기술에 속하는 해상풍력은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차별화한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하지만, 해상풍력 단지 2개가 모이면 원전 한 개와 같은 수준일 정도로 발전량이 크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상풍력을 진행할 경우, 바다에서 생계를 꾸리는 어민들과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남아있다. 그러나 해상풍력을 선제적으로 시도한 유럽의 사례를 보면, 사업 초창기에는 어민들의 어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협의를 거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A 팀장은 “해상풍력은 규모가 큰 만큼 투자비용이 크다”며 “투자가 이뤄지면 기자재 구매 등의 부분에서 산업계와 긴밀한 협업이 이뤄질 수 있고, 국가 및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